요즘 산책길 풍경이 워낙 허전해서 사진기 없이 하루 이틀 걷다 보니
어느새 일주일이 속절없이 지나가 버렸고 섣달그믐날이 드디어 오늘이다.
명색이 명일인데 일없이 지나기 아쉬워 숲길 풍경 몇 개를 사진에 담았다.
굴참나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참나무가지둥근혹벌'(가칭)
'청미래덩굴' 또는 '맹감나무' 혹은 '망개나무'라고 부르는 나무의 열매다.
백운산 겨울 숲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빨간 열매라 하겠다.
삭막한 숲길에서 반짝이는 붉은 별 같은 존재다.
딱 하나 남은 '쥐똥나무' 열매가 마치 이름표 처럼 달렸다.
무슨 나무일까 의문이 가던 참에 내가 쥐똥나무요 하는 듯 확실하게 달렸다.
산에서 자라는 쥐똥나무는 도로변 쥐똥나무와 달리 훤칠하게 잘생겼다.
굵은 팽나무 기둥에 붙은 '사마귀 알집'
등산객들이 뻔질나게 지나는 곳으로 딱 눈 높이에 찰싹 붙었는데
숲길 침묵속에서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는 생명체다.
겨울에도 잎을 그대로 달고 지내는 '감태나무'
한여름 잎이 푸를 때와 비교해 봐도 색만 변했지 향이나 모양이 그대로라 신기하다.
검은 열매가 열려야 되는데 백운산 감태들은 어쩐 일인지 안 보인다.
물푸레나무에 붙은 번데기 ?
생긴 것은 나비의 번데기 같은데 무척 단단한 것이 색다르다.
늘 봄에 다시 보자 하고 맘은 먹지만 봄에도 그대로라 궁금한지 3년 째다.
'미국자리공' 열매
아이스와인을 만드는 바짝 마른 포도 모양과 비슷해 식욕을 돋운다.
생긴 것은 쭈구렁방탱이 같지만 번식력이 얼마나 좋은지
숲 한 공간을 순식간에 초토와 시킨다.
산초나무 열매
까만 열매가 열리는데 열매는 벌써 다 어디로 가고 껍질만 남았다.
생긴 모양이 딱 무당 방울을 닮아 신기가 보인다.
'장구밥나무' 열매
열매 모양이 장구통을 닮아 나무 이름이 되었다.
꽃에 비해 열매가 훨씬 낫다.
반짝이는 찔레 열매를 보면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생각난다.
열매 하나에 추억과
열매 하나에 사랑과
열매 하나에 쓸쓸함과 ...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는 것을 오늘 또 한 번 느꼈다.
말 그대로 기발한 비닐 텐트로 오직 비닐과 끈으로 만들었다.
점심을 먹는지 취침 준비를 하는지 인기척이 있다.
돌아올 때는 영종도 씨사이드 파크 길을 택했다.
어느 순간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비행운이 하늘을 가로지르는데
저 멋진 풍경이 엊그제 일어난 비행기 참사 때문인지
아름답기는커녕 가슴이 쓰렸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해가 백운산 서쪽 능선 너머로 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4년 사건 사고들이 싹 사라지길 빌었다.
새해가 다시 오겠지만 오는 해가 그저 반갑지만은 않은 것은
폭탄 돌리기 하는 듯한 요즘 세상이 두려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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