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숲길을 걷다가 걸음을 멈출만한 특별한 볼거리들이 없어 심심하다.
따라서 가끔씩 카메라를 두고 산책을 나서곤 하는데 역시나 머피의 법칙이 오늘 따라왔다.
전소천을 따라 바닷가로 나가는데 지난번 마주했던 모스코바 오리가
떡하니 농로 한가운데에서 폼을 잡는 것이 아닌가.
지난 주 이곳에서 발견했던 그놈.
혹시나 도망갈까 몰래 숨어서 렌즈를 겨눴던 바로 그 '모스코바' 오리다.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얼굴 정면을 겨누는데 별일이 다있지
이놈이 도망은커녕 슬금슬금 내 앞으로 다가온다.
뭐 줄 것이 있으면 좋았을텐데 가진 것이 없으니 멀뚱멀뚱 서로 얼굴만 마주하고
헤어지고 말았으나 생소한 야생 동물을 눈 앞에 두고 사진을 찍은 것은 살다 처음이다.
여튼 오리는 건강해 보였고 깃털 색깔이 신비로운 꽤나 이국적인 모습이였다.
'모스코바' 오리는 야생조류로서 제대로 된 연구가 아직 없는 듯하다.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신상 정보를 찾아 봤지만 별로다.
이놈의 외형상 특징은 눈을 둘러싼 빨간색의 다육질 피부와 검은색을 띄는 깃털이다.
이 호기심이 많은 기러기 혹은 오리 종은 원래 열대지방에서 살았다는데
현재 영하 10도의 낮은 온도에서도 살 수 있도록 진화한 조류다.
평균 수명은 보통 8-12년이지만 사육장에서는 20년까지도 살 수 있다는데
이놈은 도대체 어디서 왔고 왜 영종도에서 왔다 갔다 하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에는 멀리서 봤는데 철새인 큰기러기들 틈에서도 놀고 있었다.
따라서 야생인지 사육종인지 분간을 못하겠다.
아무튼 성질만큼은 참으로 온순한 것 같다.
바닷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낙엽으로 뒤덮인 백운산 겨울 숲길.
여기저기 지난번 내린 폭설로 쓰러지고 꺾인 소나무들이 많다.
산책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숲길 가로등에서 만난 겨울 자나방 들.
'검은점겨울자나방'
'줄점겨울자나방'
'북방겨울자나방'
'검은점겨울자나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