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 맞이한 갑진, 아니 값진 새해 일출.
휴대폰을 들고 잠깐 한눈판 사이에 해가 솟아 올라 극적인 장면은 놓쳤다.
집에서 일출을 보려니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지 작년에도 그랬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혼자 생각했다.
휴대폰 사진을 자꾸 찍다보니 카메라는 이제 완전히 뒷전이다.
카메라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꺼내는 귀찮음 때문에 휴대폰을 들고 보니
여기저기 아픈 몸뚱이도 그렇지만 이젠 정신상태도 생각보다 많이 늙었나 보다.
산책은 오후에 나섰다.
봄 같은 날씨가 그나마 남은 그늘 속의 눈까지 다 녹였다.
등산로에서 늘 만나는 노린재나무에 안 보이던 큰 곤충 알집이 있다.
주인장은 모르겠는데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을 보니 벌써 애벌레들이 나갔나 보다.
겨울이 한참 남았는데 날씨가 너무 따뜻해 큰일이다 했는데 걱정이 현실이 되는가 싶다.
일월 일일 백운산 정상 풍경,
지나는 사람들 얼굴이 하나같이 환하다.
때는 새해요 장소는 백운산 정상이니 당연한 이치다.
정상에 누구나 복받으라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두 개나 걸렸다.
현수막이라면 극히 후진 홍보방식인데 왜 기승을 부리는지 당최 모르겠다.
외국에서는 선진 후진국을 막론하고 이런 길거리 홍보방식을 별로 본 기억이 없어 말이다.
플래카드는 사람 성격이나 기분에 따라서 극히 일방적인 거의 폭력에 가까운 공해가 될 수 있다.
백운산 등산로에서 운치 있는 구간 하나.
오늘따라 얼마나 질척거리는지 멋모르고 들어섰다가 신발이 만신창이가 됐다.
신을 확 벗어 버릴까 하다가 새해 첫날이라 참았다.
산책길에서 늘 보는 참나무로 새해 첫날에 갑자기 눈에 들어 왔다.
이 나무 진짜 이름은 뭘까 궁금해서 바짝 다가가서 나무 면모를 잠시 살피니 오잉?
생각외로 참나무 중에서 열매가 가장 작아서 이름난 '졸참나무'다.
'졸참나무' 수피.
모양이 신갈나무와 비슷한데 밝고 반질거리는 도드라진 껍찔 길이가 유별나게 길다.
겨울나무는 나름 가지펼침을 보는 재미가 있어 매력적이다.
'졸참나무' 바로 아래서 위를 향해 찍은 사진.
수많은 잔가지들이 허공을 휘젓는데 뭐하나 거침이 없다.
한겨울 졸참나무처럼 홀가분하게 아니 가볍게 지내는 한해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