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승호와 같이 삼산 농막을 찾았다.
강화에 올 때마다 들르는 ‘새벽 해장국집’ 맘에 맞는 할머니들이 운영하던 식당인데
그새 세월이 얼마나 흘렀다고 주인도 바뀌고 가격도 올랐다.
농막에 들어서니 늦은 보랏빛 가을꽃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꽃을 보자니 뜻밖에 꿀벌 한 마리가 쌀쌀한 가을 아침에 꿀을 딴다.
추위 때문인지 느릿느릿 움직이는 벌을 보자니 내가 공연히 쓸쓸하다.
아침 해에 억새꽃이 환하게 빛을 발한다.
절대 화려하지 않은 환한 꽃이다.
버섯 광에 있는 참나무에서 버섯이 화알짝 피어 올랐다.
기둥이 수 십 개인데 딱 한 곳에서만 폈다. 별일이 다 있다.
풀밭 여기저기 제멋대로 뻗어나간 덩굴에서 제 맘대로 익어가는 대형 호박들
푸욱 푹 호박 익는 소리가 들리는 는 것 같다.
늙은 호박 위에는 낙상홍이 새빨간 열매을 잔뜩 매달았다. 사랑의 열매를 빼닮았다.
들깨도 가을 햇볕에 익어간다. 들기름 냄새가 파란 가을 하늘아래 고소하다.
들기름 향에 취했는가 당랑 한 마리가 라일락 이파리 위에서 넋이 나갔다.
카메라 렌즈를 꽁무니에 달 정도로 밀착해도 꿈쩍 않는다.
이리저리 제 멋대로 뻗어나가다 영글어버린 자귀풀 열매(?).
앙증맞은 크기와 귀여운 모양이 예술이로다.
완전무장하고 소나무 전지에 매진하는 승호
평생 처음 이발하는 소나무가 매순간 다르게 보인다.
작년에 도토리를 한가마니 선사했던 참나무가 올 핸 이파리만 잔뜩 매달았다.
도토리나무도 해거리를 하나보다.
아침에 봤던 꿀벌이 이번엔 코스모스 꽃에 앉았다.
기온이 올라서 그런지 움직임이 아침보다 빠르다.
딱 눈높이에 달린 감 한 개 저 혼자 반짝반짝 윤을 내는데
차마 못 따고 보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 서리 내리면 끝인 고추는 많이 땄다.
별 쓸모는 없겠지만 많으니 푸짐은 하다.
고구마는 캤지만 양이나 꼴이 말이 아니다.
이파리는 밭을 모두 덮을 정도로 성했는데 밑은 꽝이다.
늘 되풀이 되는 현상인데 토질이 문제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표고버섯도 땄다.
그 말랑말랑한 느낌이 살아있는 동물 몸체 같다.
많던 들꽃은 거의 사라졌다. 잡초 꽃이 드문드문 보이는데 그것이 예쁘다.
‘진득찰’이란 이름은 한 번 들었는데 이상하게 잊히질 않네.
농막에서 내려다본 앞 동네. 투명한 공기만큼이나 시야가 좋다.
이발이 끝난 소나무. 가지를 치고 나니 저렇게나 잘 생겼다.
이젠 농막의 자랑이다.
오후 두 시 쯤 농막을 나섰다.
늘 배타고 건너던 바다를 차를 타고 건너자니 감개무량하다.
다리 위에서 북쪽을 보니 그쪽에는 더 멋진 다리가 보인다.
강화 본섬과 교동도를 잇는 다리다. 그 뒤로 보이는 산은 다 북한 땅이다.
이 가을 뭔가 좋은 소식 하나 저 곳에서 전해오면 얼마나 좋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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