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은 쨍한 날은 집에 있을 수가 없다. 마누라를 꼬드겨 자전거를 몰고 벌말벌판으로 나갔다.
코스모스 활짝 핀 벌판에서 바라보는 삼각산이 저렇게 깨끗하다.
세상은 바야흐로 가을. 황금물결 넘실거리는 들녘.
벌판을 달리는데 피밭으로 변한 논이 눈에 들어온다.
논 주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괜히 궁금하다가
벼는 농부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그렇게 비가 많이 온 금년에도 벼들은 참으로 실하게 영글었다.
오지게 여문 벼 사이로 벼메뚜기 한 마리가 숨었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네.
좋아서 그러는 내 맘을 모르는 구나.
아래 논둑에는 뜻밖에 솔이끼 우산이끼가 군락을 이루었다.
산속 습한 곳에 자라는 놈들이 벌판 한가운데서 자라는 거다.
그것 참 신기하도다.
논둑에 앉아 잠시 쉬다 또 달렸다.
부는 바람은 선선하고 하늘은 높은데 비행기가 기운차게 하늘로 향한다.
겨우 따라 나선 마누라가 이제는 좋아서 신이 났다.
부천과 김포공항,
그 회색빛 도시사이에 벌판이 하나 있는데 그곳엔 지금 가을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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