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강화도 남쪽만 달렸던 아쉬움을 달래려 이번엔 승호와 함께 다시 강화로 갔다.

개와 둘이서 심심하던 용구 녀석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강화를 그렇게 오래 다녔지만 북쪽 해안 길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다 건너 보이는 곳이 늘 지나 다니던 석모도 석포리. 저곳에서 이곳을 늘 바라만 보다가 반대 입장에 서니 기분이 묘하다.

 

 

황금벌판 가운데로 도로와 자전거가 신나게 달린다. 저절로 노래가 나왔다.

길 양쪽에는 쨍한 가을볕에 바짝 익은 벼가 눈부신데 다소곳한 농가들이 굴러가는 우리를 바라본다.

 

 

 

도로를 따라 달리는 게 심심해 강화에서 제일 넓은 망월리 벌판 논길로 들어갔다.

농로를 따라 가로 세로로 별립산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한 시간여 달렸지만 들에 사람이 없다.

벼만 혼자 열심히 익고 있었다.

 

 

 

강화에는 조선시대에 세운 군사 방어시설이 많다. 앞에 보이는 곳은 망월돈대다.

강화의 보나 진이나 돈대가 대부분 바다와 닿은 언덕에 있는 것과 달리

이 돈대는 벌판에 있어 특별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간척지 망월벌판에서 서쪽을 바라봤다.

둑 너머 바다 너머 우뚝한 산은 석모도 북쪽 끝에 있는 '상주산'.

늘 남쪽에서만 보다가 동쪽에서 보니 유난히 아름답다.

 

 

 

벌판 한가운데 종이학 모양의 건물이 이채롭다.

틀림없는 기념관이라고 일부러 찾아가 보니 역사가 오랜 교회다. 하느님 맙소사.

 

 

 

'창후리' 포구에서 점심을 하고 '별립산' 뒤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혼자서는 무서워 도저히 갈 수 없을 것 같은 어두운 산길을 셋이서 달렸다.

돌무더기 길을 로드 사이클을 타고 가느라 고생했다.

 

 

 

산길을 지나 이어 나타난 최전방 해안가 흙길을 사이클을 타고 한참 달렸다.

뜻밖에 추수가 끝난 논이 나타났는데 기러기들이 식사중이네 그려.

인기척에 놀라 일제히 하늘로 뜨는 기러기 떼가 장관이다.

 

 

 

북쪽으로 보이던 별립산이 어느새 멀리 남쪽으로 보인다.

이제 강화도 북쪽 끝에 온 거다.

 

 

 

철조망 너머로 헐벗은 북한 땅이 보인다.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남과 북이 제일 가까이 마주보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국군 최강 해병대가 지키고 있다고 어릴때 배웠다.

 

 

 

강화도 북쪽 도로에는 사람은 물론 차도 별로 없다. 자전거가 제일 좋아하는 길이 되겠다.

맘 놓고 텅 빈 가을 길을 달려 나갔다.

 

 

 

11시 반에 출발한 시각이 오후 5시가 넘었다.

해안가 길을 벗어나 가다서다 하며 강화읍을 향해 달렸다.

강화도 중앙에 자리 잡은 고려산이 앞에 보인다.

 

 

 

이름 모를 마을로 들어가는 논길이 정다운데 추수를 기다리는 들판너머 노을이 진다.

문득, 벼 익는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데 기분이 묘했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다 찍은 도로변 '부용'열매. 몸을 열어 혼자 이룬 결실을 내보인다.

잘 여물었습니다.

 

 

 

혼잡한 강화읍을 지나고 강화 해협 해안도로로 접어들었다.

주변이 어둑어둑한데 멀리 강화대교가 보인다.

 

 

 

처음에 피곤하다고 구시렁거리던 승호가 마지막엔 제일 힘이 넘친다.

목이 마르다며 배 과수원에 들어가 주인을 부른다.

 

 

 

종일 우리와 같이 하늘을 달리던 해가 불은면 넙성리 너머로 진다.

농촌의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여섯 시간 가량 강화 북쪽 해안가를 달렸다. 

그러나 신나는 자전거 라이딩 즐거움 뒤로 무엇인가 쓸쓸함이 따라온다.

여유롭고 풍성한 시골길에서 폴짝거리는 아이들을 한 명도 볼 수 없었던 탓이다.

 

 

 

 

'자전거 타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천에서 아라서해갑문까지  (0) 2012.02.21
부천에서 유명산까지 라이딩  (0) 2011.10.10
강화도 서쪽 해안 라이딩  (0) 2011.09.28
부천, 벌말  (0) 2011.09.18
부천에서 관곡지 가는 길  (0) 2011.08.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