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날씨가 기가 막힌데 마침 강화 사는 용구가 자전거 타자고 전화를 했다.
얼씨구나 차를 몰고 강화로 갔다. 황금 벌판사이로 자전거가 씽씽 나가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다.
외포리로 가는 국도변에는 요즘 한창인 포도가 박스로 쌓였다.
심심해서 물어보니 먹어나 보라고 두 송이나 그냥 준다.
자전거 덕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잘 세워놓고 포도 두 송이를 먹었다.
외포리부터 화도면까지는 자전거도로가 넓게 잘 닦였다.
외포리와 석포리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카페리가 오늘도 바쁘다.
한강 자전거도로가 최고라고 했는데 여기는 더 좋았다.
코스모스가 줄지어선 도로를 맘껏 달렸다.
해안 도로를 지나 이어 장화리와 여차리를 연이어 지났다.
강화 특유의 뻘건 함석지붕이 있는 풍경도 가끔 만나면서 동쪽을 향해 달렸다.
마리산 남쪽 동네 흥왕리 풍경.
배산 임수의 명당마을이다. 슬슬 배고 고프다.
점심은 흥왕리 土家 식당에서 새우젓 순두부로 했다.
옛날 교회건물을 식당으로 꾸민 곳이다.
강아지가 얼마나 귀엽던지.
흥왕리를 지나 동막리 입구에 들어서자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길가 바로 옆까지 바닷물이 넘실거리는데 여기는 다른 나라다.
소나무까지 이국적이네.
대한민국 수도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이런 풍경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낯선 풍경 속에서 친구는 돈벌이에 열중하고 나는 바다와 놀았다.
바다에는 오리부부도 있었다. 넘실거리는 밀물 기세에 정신이 나간듯하다.
겁 많은 오리가 카메라를 들이대도 도망갈 생각을 안 한다.
동막리 해수욕장. 평일이지만 여기저기 놀러온 사람들이 눈에 띈다.
몇 년 만에 찾아온 동막 해수욕장이 눈에 띄게 변했다.
소나무 숲을 예쁘게 만들어 놓았다.
동막해수욕장 모래사장에 망둥이 낚시꾼이 줄지었는데
간혹 꽤 큰 망둥이를 낚아 올린다.
해수욕장 동쪽 끄트머리에 솟대가 섰다. 바닷물에 잠기니 운치가 더한다.
주변 풍경과 잘 어울렸다.
흥왕리를 지나자 분오리가 나타났다. 분오리 포구도 흥왕리만큼이나 많이 변했다.
멀리 인천대교가 보인다.
앞쪽의 낚시터 너머 섬은 동검도. 밀물 때만 섬이 되는 곳.
서너 시간 동안 강화도 서쪽 해안가의 반을 달렸다.
왼쪽 벌판은 덕포리 벌판이고 앞에 보이는 산이 정족산.
정족산 너머가 전등사고 그 너머가 출발지인 넙성리다.
탐스런 알갱이를 잔뜩 매단 수숫대가 길가에 줄지어 섰다.
수수 이삭만 보면 옛날 어느날 찐 수수를 덥석 물고 먹던 때가 생각난다.
계절도 세월도 다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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