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여섯시. 부천 현대 백화점 건너편 OMK자전거 점 앞.
어제 저녁 양평까지 자전거 도로가 완공되었다는 아홉시 뉴스를 보고
양평 유명산 가는 일요 라이딩에 합류했다.
청평역까지는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갔다.
어제 완공된 자전거 도로는 팔당역 앞에 있는 주차장에서 바로 연결된다.
달려드는 아침 바람이 찼지만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그림 같은 풍경 때문에 문제도 아니다.
남쪽으로 양수교가 보인다. 강 한가운데서 자전거를 세우고 다리를 건너다 보니 감회가 새롭다.
생각할수록 좋은 자전거 세상이다.
나무로 된 자전거 길은 새벽 이슬에 젖어 거의 유리판 수준이다.
앞쪽을 보니 어제 자전거 도로 개통식 테이프 자른 아치가 아직 동그랗게 남아있다.
양평읍에 들어서니 여기저기 축하 플랜카드도 걸려있었다. 하기는 양평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서울까지 자전거타고 마실을 갈 수 있다니...
그러고 다시 보니 철 아치가 우람한 자전거다리의 포스가 보통이 아니다.
밑판이 나무라 미끈거리지만 나름 운치가 있다.
부용2터널 입구에서 사진 찍기를 한 번 더 했다.
자전거길이 워낙 한가해서 였다.
다리를 건너부터 자전거 길은 안개속으로 달린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은 한가했지만 올 때 보니 난리가 난리도 아니었다. 이 길이 미어 터졌다.
청평에서 양평까지에는 터널이 꽤 있다.
자전거를 타고 터널을 지나는데 그 기분이 보통이 아니었다.
멀리서 다시 보니 딱 영화 속 한 장면이네.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전거 길.
누런 벼가 좌우로 물결치는데 가을바람은 얼마나 상쾌한지
자전거 타는 사람만 아는 그 맛 바람을 가르는 맛을 제대로 느꼈다.
그러나 요기까지만 좋았다. 앞에 저 길은 사진으로 봐도 끔찍한 지옥으로 가는 길이다.
유명산 정상까지 오르는 찻길은 미시령과 맞먹는 언덕길이었다. 일행은 나를 흘리고 떠나버리고
나 홀로 기다시피 고개를 올랐다.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것은 둘째고 급기야 허벅지에 통증까지 온다.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위에서 기다리는 일행을 무시하고 여행모드로 바꿨다.
자전거에서 내리니 몸과 마음이 좀 편해졌다. 하늘에는 유명산에서 뜬 헹글라이더가 유유하고
땅에는 가을 야생화들이 여기저기 무리 지어 폈다.
보라색 벌개미취 꽃이 반짝반짝했다.
한심한 마음에 길가에 서서 마음을 다잡는데 멀리 우리가 출발한 곳이 보인다.
비록 기다시피 올랐지만 정말 높이도 올라왔다.
드디어 유명산 고갯길 정상. 오토바이족들이 씽 씽 지나간다. 그러나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오히려 뿌듯한 마음이 저 아래에서 밀려 올라 왔다.
업힐이 지옥 이였다면 다운힐은 천국이다.
애써 오른 긴 내리막길을 정말 하늘을 날듯 순식간에 내려왔다.
이 맛에 언덕을 오르는가 싶었다.
돌아오는 길. 언덕만 보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래도 힘든 과정이 지나 그런지 오는 내내 즐거웠다.
엄청나게 수가 불어난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이를 곡예 하듯 헤치고 달렸다.
점심은 양평 국수역에서 국수 아닌 우거지 해장국으로 했다.
고생 뒤 식사는 꿀맛이었다.
얼떨결에 따라나선 유명산 라이딩.
내 평생 군에서 고생한 뒤 처음으로 유명산에서 다시 그 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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