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 입구.
이름에 걸맞게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러나 강변에 있어 기다리는 것이 별로 지루하지 않다.
생각보다 줄이 빨리 풀려 이십 여분 만에 입장했다.
입구에서 발레리나 트리오가 반갑게 맞이한다.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소장품은 종류도 다양하고 많기도 하다.
처음 들어선 방에서 당연한 그림을 기대했다가 만난 금덩이들.
황제 밥상에 오른 그릇들이란다.
그리고 나폴레옹과 맞서 싸웠던 러시아 장교들의 초상화들도 있었다.
몇 군데 빈 액자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흔적을 남기지 않은 인물들이란다.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기원은 1700년대 중반 러시아를 통치한 '예카테리나' 여제다.
여왕은 그림 수집과 감상을 위해 그의 궁전 옆에 부속 건물을 하나 지었는데
그것이 이박물관이 시작이다. 왕은 늘 ‘나는 그림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림은 좋아한다.’라고 겸손해 했단다.
이곳에 소장된 작품의 수는 이것저것 다 합해서 300 만점에 근접한다고 한다.
우리 중앙박물관 소장품이 대략 15만점이라니 근 스무 배에 가깝다.
Landscape with House and Ploughman/ Vincent van Gogh, 1889
이곳의 작품을 보는 내내 드는 생각. 작고 밝고 예쁜 느낌이 드는 작품이 많다.
루브르나 대영 박물관의 시커멓고 거대한 전시물과 자주 비교가 된다.
Henri Matisse (1869-1954)/The Roofs of Collioure (oil on canvas, 1905)
아마도 춥고 밤이 긴 날씨 탓일 게다.
그림이라도 밝고 따뜻한 것으로 걸어놓고 싶었던 모양이다.
Head of a Woman in a Turban/ A. L. Girodet/ c.1820
창문 사이에 걸린 작은 작품 한 점. 아이스크림 같은 '마티스' 그림.
Lady on the Terrace/ Henri Matisse/ 1906
난 마티스가 좋다.
귀신같이 이어가는 굵고 짧은 선의 묘사는 물론이고 마술 같은 마티스의 색깔 때문이다.
파랑 하늘과 초록 풀밭을 그림 어디에든 볼 수 있다.
Game of Bowls,/ Henri Matisse /1908
마티스 최고의 걸작 ‘춤’.
사람이 한 무더기 지나가더니 홀이 텅 빈다.
이때다 싶어 좋은 그림 앞에서 동양 처자도 함께 찍었다.
공장에서 만든 물감일 텐데 마티스의 색깔은 다른 그림과 많이 다르다.
벗으나 입으나 다 같게 보이는 그림들.
좌) Derain, Andre (1880-1954) 1913c. Girl in Black Hermitage, St. Petersburg
우) Charles Guerin, Nude, 1910, (116 x 89 cm). Hermitage St.-Petersburg’
사실적 표현의 한계를 넘어선 회화는 백 년 전에 벌써 시작되었다.
평면에서 펼쳐지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화면을 꽉 꽉 채운다.
Title/ Nude (Bust)/ Pablo Picasso/ 1907
피카소의 손에 의해 분해되어 다시 살아난 여인의 몸뚱이.
재조립된 몸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실물보다 낫다.
Young Woman. 1909. il on canvas.
소품들은 대부분 풍경화다. 하나같이 평안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다.
In Naples by Albert Marquet,/ oil on canvas.
Louvre Embankment and the New Bridge/ Marquet, Albert / 1906
학창시절 언제인가 미술교과서에서 만났던 작품들.
마르케가 창가에서 내려다본 파리 풍경이다.
좌) Rainy Day. Notre Dame de Paris/Albert Marquet / 1910.
우) Place de la Trinity in Paris / Albert Marquet / Circa 1911
Harbour at Menton / Albert Marquet / 1905
'마르케'는 침대위에 벌렁 누운 나부를 그려
사춘기였던 나에게 충격을 준 화가인데
생각보다 잔잔한 풍경화를 많이 그렸다.
렘브란트 작품 ‘돌아온 탕아’ 앞의 모인 사람들.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이 다 여기 있었다.
'회개하면 다 용서가 된다'.
코너를 돌자마자 딱 눈이 마주친 매점 점원 아가씨.
벽 하나 사이를 두고 여기는 딴 세상이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살짝 웃는다. 몹시 심심했었나 보다.
한 시간여 관람을 끝내고 미술관을 떠나며 차창밖으로 내다본 미술관과 '네바'강.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강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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