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첫날 멕시코시티에서 맞은 아침 카메라 들고 혼자 호텔을 나섰다.
호텔 바로 뒤편은 멕시코시티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레포르마(Reforma) 대로다.
도로 중앙에 일명 '앙헬탑'이라 불리는 독립기념탑 위에 선 황금천사가 서양스럽다.
그런데 무슨 행사가 있는지 도로 주변이 심상치 않다.
자세히 둘러보니 도로가에 선 많은 형형색색의 조형물들이 눈에 띈다.
주변 경치나 잠깐 둘러보자고 나선 아침 산책길에 만난 거리 조형물 전시회.
멕시코 사람들도 일 년에 한 번만 볼 수 있다는 구경꺼리를
먼 나라에서 처음 온 여행객이 개시하는 거다.
이름 하여 ‘제6회 알레브리헤스 기념 전시회’
'알레브리헤스'(Alebrijes)는 환상의 괴물을 화려한 색으로 표현한
멕시코에만 있는 민중예술이다.
멕시코 특유의 민중예술로 꼽히는 '상상의 괴물'(Alebrijes)이란 주제는
매해 10월 마지막 주간에 펼쳐지는 조형물 전시로 멕시코시티의 샹젤리제로 불리는
‘레포르마가(街)’ 에서 펼쳐지는 행사다.
멕시코 전설에는 괴물들이 자주 등장한다는데 그 가운데서도 최고로 치는 것은
페드로 리나레스(1906~1992)라는 인디오 예술가의 괴물이란다.
이양반은 1992년 86세로 사망하기 까지 거의 매일
종이죽을 이용해 괴물 만들기에 열중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가 죽은 후 멕시코 민중예술관(Museo Arte Popular. MAP)은 ‘리나레스’의 유산을 귀중히 여겨
매년 시월 마지막 주 대규모 전시회와 퍼레이드를 개최한다는 거다.
‘페드로 리나레스’가 이런 괴상한 형체의 동물을 만든 시작은 이렇다.
그가 서른 살 되는 해 병을 심하게 앓게 되는데
병중에 늘 악몽을 꾸며 꿈속에서 별별 괴상한 동물들을 만났단다.
병석에서 일어난 ‘리나레스’는 악몽에서 만난 괴물들을 잊지 못하고
결국에는 종이죽을 이용해 형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알레브리헤스'의 유래다.
가장 부드러운 재질인 종이와 그리고 가장 화려한 원색의 색깔로 치장한
가장 기괴한 형상의 동물들의 전시회가 되겠다.
볼수록 정말 희한한 조형물들.
이런 작품들이 ‘리포르마 대로’ 양쪽 인도에 줄을 섰는데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셀 수조차 없었다.
여행 첫날 그것도 아침 산책길에 만난 괴상하고 어마어마한 거리 전시회.
구경하기 좋아하는 나에게는 횡재와 다름 없었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괴상한 커다란 동물들을 홀로 감상하자니
그 황홀함에 여기가 어딘지 잠시 잊었다.
마음 같아서는 하나하나 보며 종일 걷고 싶은데
아침에 허락된 한 시간이 금방 지난다.
거리에 널린 각종 조형물로도 충분히 예술적인데 이런 만화 같은 문화행사를
한나라 심장부 대로에서 벌이는 멕시코.
지저분한 뒷골목에서는 마약쟁이들이 총 들고 설친다는 상식을 갖고 온 나에게
괴상하고 이상하고 재밌고 신선한 인상을 영원히 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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