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남서쪽, 헤르체고비나 지방의 모스타르(Mostar)시.
호텔 창에서 바라본 시내 아침풍경.
마누라를 방에 놔두고 혼자 모르타르 다리를 찾아 나섰다.
호텔 바로 옆으로 흐르는 네리트바강이 시퍼렇다.
험하고 무섭게 생겼다.
다리 위 가로등은 아직까지 동그랗게 불을 밝히는데
길은 텅 비었고 뜨듯한 바람이 불어온다.
새벽 5시 반 이름 모르는 다리를 건너 반대편 길로 들어섰다.
여기도 오가는 사람은 물론 쓰레기하나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앞이 동쪽인가 하늘이 불그스름 물들어 온다.
드디어 낯선 풍경에 온몸이 저려온다.
앞에서 포탄 자국이 선명한 부서진 건물이 흉측한 얼굴로 지나는 이방인을 내려다본다.
보스니아 내전은 1992년 3월 보스니아인이 독립을 선언하자 유고 연방군이 즉각 공격했고,
보스니아의 독립을 반대하는 보스니아 안의 세르비아인들과 충돌하면서 내전이 일어났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앞에 '모스타르' 다리가 보인다.
원래 이름은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 '오래된 다리'라는 뜻이란다.
'모스타르'라는 이 도시 이름도 이 다리 이름에서 왔다.
다리 상류 쪽으로 이슬람 사원의 미나레트가 두 개나 보인다.
강을 사이에 두고 왼쪽은 세르비아계 오른쪽은 보스니아계가 많이 살고 있다.
같은 주민이었던 사람들은 독립한다는 기쁨을 맛보기도 전에
바로 그날부터 강을 사이에 두고 총을 쏘기 시작했다.
스타리 모스트는 1566년 오스만 투르크 점령 때 9년에 걸쳐 건설되었다.
폭 5m, 길이 30m, 높이 24m, 북동쪽과 남서쪽에 탑이 2개 있다.
아치형 다리로 돌로 만들어졌다.
다리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은 '보스니아' 앞쪽은 '헤르체고비나'로 부른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 슐레이만이 건설한 모르타르 다리는
모스타르에 살고 있는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들 간의 평화를 상징한 교량으로
400년 전 건설되었지만 1993년 종교간의 내전으로 완전 파괴되었다.
그리고 10년 뒤 복구되었고 다리 일대가 200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웃 간 잔인한 전쟁을 치른 다리 근처는 지금 전쟁 덕분에 관광객이 몰려들고
드디어는 술집과 기념품 판매점들이 다리를 두고 빼곡히 들어섰다.
이곳의 슬픔을 담고 있는 듯 예쁜 술집의 문들이 하나같이 잠겼다.
하류 쪽으로 모르타르 다리와 비슷한 작은 다리가 보인다.
보스니아 내전은 자신을 지키려는 43%의 이슬람계와 17%의 크로아티아계 연합 민병대와
세르비아의 지원을 받은 32%의 세르비아계 민병대의 격렬한 충돌이었지만
압도적인 화력을 지닌 세르비아 민병대의 일방적인 회교도 살육전이었다.
보스니아 내전은 1995년 12월 14일 데이턴 협정 채택으로 종결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거리 곳곳에서 총탄의 흔적을 그대로 품은 건물들을 숱하게 볼 수 있다.
보수한 아파트의 벽에도 총탄의 흔적이 그대로 있다.
아직 이들은 전쟁의 앙금을 가슴에 안고 살고 있다.
총탄의 자국뿐 아니라 불탄 건물도 그대로 있다.
무심한 풀 나무가 상처를 덮으려 하지만 이들은 아픈 기억을 지우려하지 않는다.
깨끗이 단장한 주인 모르는 보스니아 가정집 화단에 분꽃이 활짝 폈다.
발칸반도에는 분꽃이 유난히 많다. 나무 하나에서 갖가지 색깔의 꽃을 피워내는 분꽃.
한 뿌리에서 나온 기독교, 이슬람교, 정교, 유대교가
분꽃처럼 함께 아름답게 꽃피워내는 날이 과연 올까?
분꽃보다 못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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