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버스 창으로 마주한 '스플리트'
아드리해 연안 도시 드브르부니크 구경을 마치고 어스럼한 저녁에 도착했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북서쪽으로 230 여 km 거리로 버스로는 3시간 남짓 걸렸다.
'스플리트'에 들어서자마자 만난 '스프라이트'.
스플리트와 철자는 물론 다르지만 입맛이 비슷해 별일이 다 있다 했다.
저녁 늦어서야 도착한 피곤한 몸뚱이는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쉴 수는 없고 죽을 맛이다.
이곳은 아드리아 해안에 자리한 항구도시이자 크로아티아 제 2의 도시이자 대표 휴양지다.
이곳은 아드리아 해안에서 제일 크고 오래된 로마 유적지다.
수많은 기독교인을 죽인 로마 '디아클레티아누스' 황제는 말년을 즐기겠다고
요새 같은 궁을 이곳에 지었다는데 궁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만들어진 도시가 이곳이다.
만들어진지 천여 년이 지난 고성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은 지금 사람들도 잘 사용하고 있다.
반짝 반짝하는 기념품가게는 1000년 역사를 지붕삼아 밤늦도록 북적거린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오래 됐다고 접근 금지 하는 것 보다는
어울려 사는 것이 진정한 유적사랑 방법 같기도 하다.
지금은 지붕이 날라 간 황제의 집 천정.
가만히 보고 있자니 하늘이 달 같고 건물이 하늘같다.
황제의 보름달 같던 영화가 지금은 손바닥만 하구나.
건물 밖으로 나오니 60여 미터 높이의 종탑과
지금은 성당으로 쓰인다는 8각 지붕 황제의 묘가 밤하늘에 우뚝하다.
저 탑에 오르면 '스플리트'를 한눈에 다 볼 수 있다는데 점만 찍고 다니는 여행이라
눈으로만 로마의 역사를 맛볼 뿐이다.
성 앞 부둣가에서 청동으로 만든 '스플리트' 시가지 조형물을 만났다.
종탑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으로 시내 조형물을 내려다보지만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
아무려나, 역사란 지금 사람들 입맛에 맞게 이리저리 고치는 것이 아니라
청동 주물처럼 꿈쩍하지 않음을 웅변한다.
성벽 밖 양쪽으로 늘어선 주택가.
치장하지 않은 모습이 오히려 아름답게 보이는 전망 좋은 집들이다.
피곤한 몸으로 배낭 메고 어두운 밤거리를 배회하자니 보이는 집들마다 부럽기만 하다.
여행은 과연 돈 주고 하는 유일한 고생이다.
철망으로 막힌 궁전의 창에서 밖을 바라봤다.
아드리아 해를 바탕으로 유난히 흰 유람선 불빛이 반짝인다.
천여 년 동안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나처럼 밖을 바라보곤 했겠지.
'스플릿'은 폐허가 된 궁전을 바탕으로 발전한 마을이다.
궁전과 붙어있는 집에서 저녁 먹고 놀로 나오는 동네 아이 모습이 정겹다.
유적지와 이웃해 살고 있는 주민들은 나이를 먹어도 언제나 아이 같이 살지나 않을까 궁금했다.
성 안의 좁은 골목을 따라 나오다 보니 흰 대리석이 깔린 자그마한 광장이 나왔다.
규모는 작지만 주변 상점에서 반사된 불빛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성 안에는 이집트에서 갖고 온 기둥으로 만든 신전에 시커먼 스핑크스까지 있었지만
그런것들 보다는 환한 쇼윈도 불빛을 받으며 빛나는 대리석 보도가 유난히 아름다운
'스플리트'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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