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의 3대 관광지 중 하나인 포스토니아 동굴입구.
뜬금없는 국기 게양대에서 태극기가 반갑다고 펄럭인다.
이어 받아 본 동굴 안내서도 한국어로 설명되어 있어 우리를 감동시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해가 되었다. 이곳 ' 포스토니아'는 만 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이 이 동굴 관광수입으로 먹고 산단다.
이 석회암 동굴은 세계에서 연간 약 백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하는데
동굴 관광 역사가 무려 백여 년이 넘는단다. 동굴 안 깊숙이 연결된 이 괘도 열차가 만들어진 때가
자그마치 1872년이라고 하니 그 자체로도 역사유적이 될 수 있을 정도다.
동굴 열차에서 내리면 이런 표지판 아래 안내원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관광객을 이끌고 길을 따라가면서 설명을 한다.
동굴로 들어가기 전에 잉글리시건 프렌치건 스페인계건 짧은 줄을 따라가자고 약속을 했는데
입장객은 달랑 우리 일행뿐이다.
석회 동굴에는 고드름처럼 생긴 종유석과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석순,
그리고 둘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석주가 있다.
이들이 자라나는 기간은 자그마치 10년에 0.1mm~1mm라고 한다.
그러니 동굴의 역사는 인간의 셈으로는 한참을 고민해야 한다.
아래쪽으로 보이는 다리는 '러시안 브릿지'라고 이름이 붙은
1차 대전 당시 러시아 포로들이 만들었다는 다리다.
깊은 계곡을 연결하는 멋있고 고마우면서도 안쓰러운 다리다.
하얀 종유석이 천장에 가득하다.
동굴 속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 곳다.
나중에 이름을 들으니 '스파게티 천장'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이곳은 동굴에 아름다움도 그렇지만 풍경을 잘 구경하도록 만들어 놓은
인공시설물들의 배치가 기막히다. 자연보호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기 시설들은 어디에서도 거부감을 주지 않았다.
관광지로 역사가 깊은 동굴이라서 그런지 천연 그대로가 아니라
사람이 쌓아 만든 길이 아기자기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길을 이루었다.
자연과 인간이 적당히 궁합을 맞추면 이렇게 둘이 잘 살 수 있는데
대한민국은 너무 극단적인 생각만 하고 있지 않나 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하며
어두운 동굴 속을 걸어다녔다.
한참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어디서 어떻게 길이 변했는지도 모르게
갑자기 '러시안 브릿지'가 위로 보인다. 동굴 속 길은 이리저리 돌고 돌아 좁았다가
넓어졌다기를 반복하며 우리를 밖으로 다시 끌어낸다.
금방이라도 머리 위로 떨어 질듯한 이 종유석은
'산세베리아'를 거꾸로 매달아 놓은 모양이다.
이제 동굴 입구가 나타나는가 했는데 어마어마하게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출구 직전에 있는 'Concert Hal'l이라는 이름의 동굴 광장.
여기서는 각종 공연도 열린다는데 더운 계절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 있어도 좋을 곳이다.
이곳 벽쪽에 자리한 깜깜한 수족관에서 본 신기한 물고기.
이 물고기는 사람처럼 팔다리가 있고 수명이 80여 년이나 된단다.
'휴먼피쉬'라는 이름을 얻었다는데 딱 부산 꼼장어를 닮았지만 네 발이 달려있어 괴이하다.
그러고 보니 세상은 과연 신비하기에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동굴 같기도 하다.
석회동굴의 아름다움보다 이 신기한 물고기가 더 인상에 남는 동굴 구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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