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에 있는 아홉 개 나라를 열하루동안 구경했다.
4천Km가 넘는 여정을 버스를 타고 달린 거다.
내려서 구경한 것 보다 버스타고 다닌 시간이 훨씬 더 많다.
어디에서 뭘 뫘는지가 헷갈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 밤을 뮌헨 밤거리를 구경하자며 취기가 오른 채 시내로 들어갔다.
밤 아홉시가 채 안되었지만 독일의 밤은 고요하기만 하다. 버스 정류장에서 젊은 처자가 혼자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현대인은 어디에 있든 휴대폰이 있어 외롭지 않다.
중심지로 들어갔지만 역시 조용하다.
쓰러진 자전거도 한 잔 한 모양.
울긋불긋한 밤거리에서 흑백의 마네킹이 눈길을 끈다.
뭐든 튀어야 사는 세상이 됐지만
사실 흑백일 때가 좋았지.
걷다보니 빨간 영어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밤거리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간판 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면서
잠시지만 만감이 교차한다.
맞은편 술집은 아직도 대낮이다.
술집과 홍등가는 마주보고 있다.
선진국이라도 사람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전거 거치대를 외면한 자전거 두 대
누구는 또 실용적인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게르만족이라 하겠지.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은 뮌헨의 밤이지만
망치를 들면 튀어 나온 것이 몽땅 못대가리로 보인다고 자전거 눈에는 자전거만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자전거가 거리 곳곳에 널렸다.
불이 환한 자전거 가게가 눈길을 끈다. 진열품을 구경하다 보니 세계화가 실감난다.
가격이나 종류가 독일이나 대한민국이나 거기서 거기다.
아랍인의 밤늦은 쇼핑
한국인의 밤거리 배회
별 걸 다 파는 가게
나이가 들어도 장난감은 아직도 좋은데
좀 변한 것은 구경하는 맛이 사는 맛보다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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