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오일간의 황금 추석연휴.
서울 사람들은 모두 시골로 내려갔겠지 하는 생각으로
서울특별시 가운데에 있는 인왕산을 올랐다.
역시나 서울은 한가했다.
그런데 날씨가 왜 이리 더운지 올 추석은 여름추석이라더니
낮 최고 기온이 31도라는데 정말 덥다.
성곽길이라 해서 설렁설렁 걸어도 될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계단이 많아 힘들다.
인왕산은 옛날부터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는 산으로 유명했다는데
오를수록 산세가 보통이 아니다.
허나 경사 심한 산 오르기보다 추석더위 이기기가 더 힘들다.
헉헉거리며 간신히 9부 능선을 넘자 드디어 정상이 앞에 나타났다.
몸은 이미 땀범벅이다.
오백년 전 포수들이 호랑이 잡으러 오르던 능선은
아예 계단모양으로 홈이 패인 바위길이 났다.
발을 옮길 때마다 푸근함이 묻어난다.
인왕산 정상(338m)에 섰다.
맞은편에서 남산(262m)이 손짓하는데
서울특별시 그 높은 건물들이 다 발아래다.
바위에 편히 앉아 빌딩들을 내려다 봤다.
광화문에서 시작된 경복궁 앞마당이 시원한데
빌딩숲 속에서 자리 잡은 조선 오백년 궁궐이 의연하다.
낮지만 친근한 기와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광화문, 흥례문, 근정문,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 등등.
주변 빌딩들을 지우개로 쓱 지워보니 비로서 당시 한양 모습이 나타나는데
이 숱한 건물들은 육백년 동안 살아온 우리의 삶이 아니던가.
멀리 경복궁 앞마당에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인다.
그리고 보니 모든 것들이 개미역사가 아닌가.
‘경회루’ 뒤 ‘교태전’ 뒤로 보이는 공사 중인 건물들은 궁궐의 부엌격인 ‘소주방’이다.
소주방이란 ‘주방’이란 단어에 불을 땐다는 뜻의 ‘소(燒)’가 붙어 만들어진 말.
내년 가을이면 ‘대장금’의 무대가 됐던 궁궐의 부엌 실제를 볼 수 있단다.
남쪽은 해가 중천이라 제대로 보이지가 않는다.
높은 곳에 오르면 우리 집 찾는 재미가 쏠쏠한데 아쉽다.
구월 하고도 중순이 넘어갔는데 바람 한 점 없는 산 정상은 한 여름이다.
서울 시내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어찌나 더운지 둘 다 벌겋게 익었다.
북쪽풍경.
우람한 ‘북한산’이 ‘인왕산’에서 보니 어째 자그마하다.
앞쪽 ‘보현봉’에 가려 삼각산 세 봉우리가 안 보여서다.
그리고 보니 북한산은 남북으로 길쭉하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
서울 마천루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녹색천지인 풍경에 여기가 서울인가 잠시 어리둥절했다.
잠시 내려오자 바위 비탈 사이에 남산타워가 다시 나타났다.
노간주나무하고 이름 모를 풀떼기도 타워만큼 뾰족하게 섰다.
그리고 보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비탈에서 산다.
사는 모습이 늘 아슬아슬하다.
인왕산 성곽 내부 모습.
소나무와 계단과 축대와 성곽.
'창의문' 쪽으로 내려가는 길.
비로소 멋진 성의 일면이 나타난다.
城은 밖에서 봐야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데
성곽 길을 따라 걷다보면 사실 제대로 된 성의 모습은 안 보인다.
허나 성곽 길은 성을 보며 걷는 길이 아니다.
꽃과 나비와 같이 걷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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