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곽길로 오르려다 ‘경희궁’도 한번 보고 가려고 들어섰는데
생각지 않았던 ‘대한민국 미술대전’구경을 했다.
아이들 클 때 전람회 본다고 멀리 과천 미술관까지 찾아갔던 그 ‘국전’이다.
이제 서울 4대문 안 좋은 장소에 자리 잡고 잔치를 벌였는데도
사는 것이 얼마나 팍팍한지 미술전시회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나 32년이란 전시 경륜이 무색하게 전시장 작품 위에 떡하니 나붙은 플래카드가
대한민국 미술전시회의 현 주소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추석 황금연휴 이 좋은 계절에 전시장은 텅 비었는데
그 가운데 선 조각상마저 모습이 처량하도다.
전시된 작품들이 하나같이 옛날과 다름이 없다.
그만한 크기에 그런그런 주제에 비슷비슷한 질감이 여전하다.
헌데 작품의 수나 내용이 변함없는 것은 두 번째고 전체적으로 그 질이
옛날보다 모자란 느낌이 드는 것은 뭔지 모르겠다.
어디 관광지 길가 기념품 파는 곳에서 봤음직한 목조각품도 전시장 가운데 자리했다.
이것이 팝아트인지 아트팝인지 헷갈려 잠시 어리둥절했다.
인류와 같이 진보한 고대 예술의 메카 회화와 조각의 퇴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미술전시장.
대한민국 전 국민의 사진작가화에 가장 큰 타격은 순수회화였나 보다.
아무튼 운동장같이 넓은 전시관을 맘껏 휘휘 둘러보며
그림 감상은 두 번째고 한참을 지난 향수에 젖었다.
옛 먹으로 그린 그림들을 뒤로 하고 가슴을 내민 모던스타일의 조각상 하나.
이곳에 전시된 많은 작가지망생을 대변하듯 휑한 분위기를 새삼 보여준다.
몇몇 관람객마저 다 빠져나간 전시장.
회화 작품 전시장이 아니라 어디 그림 판매장 같도다.
그러나 고요함 속에서 호기심은 움트고 있었으니
이제 다시 순수미술은 잠자는 우리를 자극해 예술혼을 일깨워
순수 미술전성시대를 열어 가리라 감히 짐작해 본다.
입상작 몇 점을 클로즈 업 했다.
정정숙 ‘결실’ 회화 작가 지망생들의 가장 흔한 주제 해바라기.
학창시절 나의 첫 작품 해바라기도 학교 강당에 걸렸었다. 언젠가 가 봤더니
작품은 두 번째고 그 강당 자체가 없어졌다.
이번 미술대전 대상작품 김경현의 ‘그 어느 날의 대화’.
동물들도 공모전의 단골 주제로 많이 등장하는데 옛날에는 염소들이 많았다.
아무튼 오랜만에 눈을 순수회화로 호강시키고 나선 전시장 밖.
출구 옆 그늘에는 노인 두 분이 소리 없이 앉아 계신데
그 모습이 딱 쇠잔한 대한민국 미술전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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