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우기란 것이 열대지방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만 독일은 시월부터 다음해 오월까지가 우기란다.
일 년 중 삼분의 이가 우중충하고 질퍽거리는 날씨인 거다.
떠난 여행 물릴 수도 없고 눈으로 바뀐 비를 보며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보니 올 첫눈을 독일 아우토반에서 맞이했다.
비가 눈으로 눈은 다시 진눈깨비로 바뀌었고
티티제에서 점심을 하고 떠날 때까지 계속 내렸다. 오 마이 갓, 티티제.
'티티제' (Titisee)는 독일의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 동쪽 30km지점에 있는 호수마을이다.
동양적인 이름을 갖고 있는 깊은 산 속의 이 호수는
여름철에는 물놀이로 겨울철에는 스케이팅으로 인기 있는
독일인들의 휴양지다.
호숫가에 비치는 단풍구경 보자고 들른 티티제.
눈비내리는 티티제는 우리를 몽땅 가게로 몰아넣었는데
그곳에서 생각지도 않은 무지하게 많은 뻐꾸기시계를 보게 되었다.
알고 보니 뻐꾸기시계(Cuckoo clock)의 원조가 바로 이곳이란다.
밖에서 휘몰아치는 진눈깨비를 잠시 잊고 세상 모든 뻐꾸기시계를 이곳에서 구경했다.
허나 실내에서 견디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지루함을 참다못해 내리는 눈비를 맞으며 호숫가를 한 바퀴 돌았다.
망원렌즈로 본 호숫가 반대편 북쪽 마을.
그새 내린 눈이 벌써 쌓였는지 호수 건너 풍경이 하얗게 변했는데
눈 내리는 독일 남부 티티제의 시월 풍경은 벌써 한겨울이다.
졸지에 내린 눈에 현지인들도 어쩔 수 없는지 당황한 폼이 딱 우리 형색이다.
개를 한 마리씩 매단 사람들이 우중충한 모습으로 거리를 배회하는데
'티티제'의 개 같은 날의 오후가 바로 이런 풍경이다.
뿌꾸야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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