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덴바덴’ 시내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십여 분 떨어져 있는 ‘호엔바덴 성’.
유럽 중세 후작이 거주했던 돌로 쌓은 성으로 1002년에 지었다는데
거의 대부분이 허물어지고 일부가 커피숍으로 영업 중이다.
전성기에는 이곳에 자그마치 100여개의 방이 있었으며,
정치적 사회적으로 바덴바덴의 중심지의 역할을 했다고 전한다.
1599년 화재로 대부분 건물이 소실되었고, 1830년부터는 市가 관리하고 있다.
허물어진 성에서 만난 뜻밖의 온전한 풍경 하나, 기사의 방 창에 걸린 ‘바람 하프’다.
바람에 의해 저절로 소리가 나는 유럽의 가장 큰 하프라고 하는데
이 城의 나이트 홀에서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생긴 것도 그렇고 소리도 그렇고 ‘風磬’ 같은 하프다.
기사의 방에서 시작된 위로 향하는 길은 이렇게 어둡다.
여기서 그만 발을 헛디뎌 카메라를 돌계단에 처박는 대형 사고를 치렀다.
그러나 별일도 다 있지 몸도 카메라도 다행히 멀쩡하다. ‘E3'라고 하는 올림푸스 카메라인데 참 대단하다.
홍역을 치룬 가파르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자 다음부터 이어지는 오르는 길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층에서 첫 선을 보인 쉼터 겸 전망대. 전망보다 전망대가 멋진 곳은 살다 처음 본다.
조금 더 다가가 바라본 전망대 그 소문난 흑림 지대가 눈앞으로 펼쳐지는데
숲이 마을을 감싸 안은 모양새가 그렇게 포근할 수가 없다.
그 풍경 좋은 곳에 사람 하나 더 세워 놓으니 이 또한 절경이로다.
이 지역은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라고 부르는데
영어로는 Black(Schwarz) Forest(wald) 즉 말 그대로 검은 숲이다.
이곳에서부터 남쪽으로 시커먼 숲이 펼쳐진다는데 경기도의 절반정도 크기다.
城 정상에서 바라본 서쪽. 헨젤과 그레텔이 길을 찾아 헤맸다는 ‘흑림지대’.
숲이 검은색이라 그리 부르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
숲이 우거져 그 속이 어두워 부르는 이름이란다.
성 꼭대기에서 바라본 시내 지역. 남서쪽 풍경으로 멀리 ‘라인강’이 흐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건너편 전망대. 성의 대부분은 다 허물어 졌지만 정상만큼은 이것저것 잘 고쳐서
훌륭한 전망대 구실을 하고 있는데 더구나 이곳은 무료다.
화장실에서도 악착같이 돈을 받아내는 사람들인데 의외다.
정신없이 아래만 내려다보다 위를 보니 모처럼 갠 파란하늘 위로 여객기가 지난다.
나는 모양이 우리나라에서 보는 것과 다른데 아마도 흑림이 만드는 깨끗한 공기 탓이겠다.
망원렌즈로 살펴본 바덴바덴 시내. 아는 빌딩이라고는 오전에 다녀온 몇 군데 건물뿐.
오전에 들른 눈에 익은 건물을 찾으려 했지만 좀처럼 안 보인다.
간신히 찾아낸 건물 하나 개신교 교회(Protestant Church).
시립교회(Stadtkirche)로 1800년대 후반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교회.
리히텐탈러 대로(Lichtentaler Allee) 옆 공원 건너편에 있다.
어디서든 오를 때와 달리 내려오면서 보는 풍경은 모든 것이 아름답다.
조금만 투자하면 훌륭한 성을 다시 꾸밀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옛 모습을 그대로 남겨놓은 이곳 사람들의 여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무너진 성과 바덴바덴시내와 흑림 지역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시원한 풍경.
흑림은 본래 대부분이 침엽수이나 온난화에 대비 한창 수종개량중이란다.
주변에 너도밤나무가 많이 보인다.
이런 외진 관광지를 구경하다보면 이상하게도 혼자 구경 온 여성분들을 자주 본다.
날도 저물어 가는데 저 분은 우리가 내려온 정상으로 혼자서 오른다.
올라올 때 고꾸라진 바로 그 계단을 다시 만났다. 혼 난 마누라가 핸드폰 플래시로 불을 밝힌다.
내조란 말의 뜻을 드디어 깨달았다.
‘바덴바덴’은 프랑스와 독일을 가르는 라인강이 서쪽 경계를 이루고
스위스의 알프스 고산지대가 남쪽으로 닿는 독일에서 가장 외진 땅이다.
그 외진 곳에 있는 외진 성 ‘호엔바덴 城’. 낡고 외로워 아름다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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