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쉬워 새벽에 출발하자고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숙취로 일곱 시가 좀 넘어 자전거에 올라탔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정문의 멋진 조형물이 아침을 상기시킨다.
이어 나타난 광주천 자전거길. 정면 건물은 광주광역시 시청 신청사.
옛 광주 시청은 철거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단다.
익숙한 길은 거리가 가깝게 느껴지나 보다
어제 터미널에서 한참 온 것 같던 ‘상무대교’가 금방이다.
광주천과 영산강 합류지점에서 좌측으로 핸들을 꺾었다.
넓은 들이 나타나며 강폭이 엄청나게 넓어진다.
멀리 앞쪽으로 보이는 산은 나주평야의 진산 ‘금성산’.
나주까지 달리는 자전거길 앞쪽으로 내내 보이는데 볼수록 멋진 산으로
이 넓은 평야는 후삼국시대 견훤과 왕건이 접전을 벌인 나주벌판이다.
'광주공항'으로 내리는 비행기가 ‘금성산’을 배경으로 고도를 낮춘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광주 ‘송정리’ 쪽 아파트 단지.
영산강 넓은 습지가 소금을 뿌린 듯 하얗다. 미국 쑥부쟁이가 넓게 군락을 이뤘다.
‘광주천’에서 한 시간이 채 안 걸려 도착한 ‘승천보’.
영산강은 4대강 사업으로 두 개의 보를 갖게 되는데 그 중 하나다.
‘금성산’과 어울린 보의 모습이 말 그대로 장관이다.
‘영산강’은 우리나라 주요 하천 중 유량이 가장 적은데다가
발원지에서 하구까지의 거리 또한 132km로 가장 짧아
댐을 하나도 갖고 있지 못했던 강이란다.
그래서 그랬는지 ‘승천보’는 4대강 사업에서 가장 크고 멋지게 만들었다는데
과연 그 포스가 대단하다.
승천보를 건너 나주시에 들어서자 영산강변은 온통 억새밭이다.
천변이 온통 은빛물결이 넘실거리는데 그냥 여기서 눌러 지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든다.
허나 그리움이 있으려면 이별이 있어야 하는 법. 사진하나 퍽 찍고는 휭 달렸다.
‘영산강’의 하상퇴적은 대단하다. 거의 평야 수준인데 그 대부분이 억새나 잡초 밭이다.
‘광주천’에서 ‘영산포’까지는 이런 풍경이 계속된다.
정면 다리는 제 2 나주대교인 ‘빛가람 대교’
억새밭으로 나온 천막 카페. 누가 이런 멋진 생각을 했는지
진한 커피향이 갈대밭을 덮었다.
나주 영산강변 갈대밭 풍경 하나. 억새와 바람과 햇살이 만들어 낸 가을의 판타지아.
둑방 위를 달리는 매끄러운 자전거 길. 오랜만에 보는 노랑 빨강 ‘칸나’ 꽃이 눈길을 끈다.
그곳에서 바라본 강 건너 ‘빛가람 나주 혁신도시’.
가운데 높은 건물이 ‘한국전력공사 신사옥’ 31층 빌딩. 왼쪽은 빛가람 대교 주탑.
‘영산대교’를 건너니 홍어로 유명한 ‘영산포’다.
그 마을 입구가 어디 잘 꾸민 영화 촬영장 같은데 온통 홍어라는 글자로 도배를 했다.
홍어의 거리인 이곳은 모든 음식점이 홍어만 내걸었다.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어제 먹은 홍어에 질려 마을 뒤에 있는 한식 뷔페에서 했다.
쓸쓸한 ‘영산포 5일장’ 장터 풍경. 영산포는 일찍이 고려시대부터 수운이 발달했던 곳으로
이후 전라남도의 경제 중심지로 발달했고 일제시대에는 나주평야의 쌀을 수탈당한
슬픈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장터 앞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는 우리 애마.
MTB야 원래 튼튼하다고 하니까 그렇다 치고 가냘픈 로드가
거친 영산강 자전거 길을 얼마나 잘 달려주는지 볼수록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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