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포’ 장마당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출발했다.
살랑살랑 양 볼을 스치는 알싸한 가을 공기에 자전거가 날아가는데
영산포 흥부네 박이 흥분했는지 길바닥까지 나와 반긴다.
고갯길에서 만난 자전거 매니아 부녀.
저 작은 여자아이가 승호도 끌바를 하는 언덕을 타고 올라왔다.
정말 요즘 여성들의 약진은 애 어른을 안 가리고 거침이 없다.
영산강 하류 쪽 자전거 도로는 상류 쪽 보다 한결 낫다.
노면은 유리 같고 울타리는 경마장 팬스 같은 환상적인 자전거 도로.
수없이 마주치는 억새밭이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햇살도 바람도 맞은편에서 불고 내리쬐지만 힘든 줄을 모르고 서다가다를 반복했다.
드디어 영산강 두 번째 보인 ‘죽산보’가 멀리 보인다.
정면에 보이는 산은 공산면‘수학산'.
‘죽산보’는 전국 16개 보 가운데 유일하게 유람선이 드나들 수 있는 수문이 있단다.
‘영산포’에서 출발한 황포돛배가 이곳을 거쳐 아래쪽까지 왕래한다.
경관도 좋고 큰 쉼터가 있어 유난히 자전거족이 복작거린다.
이곳은 야경도 훌륭해 밤에 하이킹 나오는 나주시민들도 많단다.
‘죽산보’를 지나자 앞쪽 산 위에서 뜬금없는 궁궐이 나타난다.
사교집단 본부인가 했더니만 옛날 MBC 드라마 ‘주몽’의 촬영지로
‘나주영상테마파크’의 고구려 성이란다.
쉼터 앞으로 보이는 강 너머 마을 풍경.
그 뒷산 봉우리가 어째 딱 궁예의 활 모양이다.
들판에서는 가을 벼 베기가 시작됐다.
새참을 갖고 나왔는지 모자가 일하는 아버지를 응원한다.
보기만 해도 풍성하다.
‘석관정’ 나루가 빤히 바라보이는 자전거 도로의 커브길.
지난 국토종주에서 지났던 그 어느 길과 똑 같아 깜짝 놀랐다.
맞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아름다운 코스모스길 풍경.
수많은 꽃송이들이 와 얼굴로 달려드는데 마치 만화경속을 달리는 기분이다.
이어 나타난 신곡리 황금 들판.
만추.
뒷바람이 부는 억새 밭 풍경.
자전거를 타다 알아낸 것으로‘억새’는 뒷모습이‘코스모스’는 앞모습이 예쁘다.
‘죽산보'에서‘느러지 전망대’까지 자전거길 주변은
강과 산과 들이 아기자기 어우러져 영산강 풍경 중 제일이다.
이 멋진 길을 달리는데 바람마저 뒤에서 밀어대니
페달질 한 번에 그 끝을 모를 정도로 자전거가 구른다.
결국 자전거도 나도 바람타고 날랐다.
억새밭 위로.
확 트인 시야가 좋기로 소문난 ‘곡천리 강변'.
영산강이 크게 휘어 도는 곳으로 오른쪽 산 위가‘느러지 전망대’다.
‘느러지’는 물살이 늘어지게 돌아나간다는 뜻이다.
화장실에 볼일 보러간 승호를 기다리다 길바닥에 바짝 붙어 찍은 코스모스 길.
코스모스는 밭에다 심는 꽃이 아니다. 아무쪼록 길가에 심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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