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말에 한 번 가보자고 했던 섬진강 자전거 길을
하루 이틀 미루다가 식목일을 넘기고서야 떠났다.
부천 소풍터미널 삼 층 5번 게이트 전주행 아침 8시 버스를 기다리는 중.
호남 쪽 고속버스들은 대개 정안 휴게소에서 십오 분 쉰다.
고속버스 환승을 할 수 있어서란다.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사월 초순 풍경.
만경강을 넘어 달리는 호남선 KTX 고가 철로.
바람처럼 달리는 고속철을 한 번 보자 했으나 괜한 기대다.
대신 만경평야를 달리는 시원한 도로가 눈길을 끈다.
저 끝은 어디인지 쓸데없이 궁금하다.
고속버스는 3시간 약간 넘어 우리를 전주 공영버스터미널에 내려놓았다.
이곳에서 강진으로 가는 12시발 고속버스를 갈아탔다.
전북 강진 까지는 딱 1시간이 걸린다.
전주는 언제 와 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어디 외국같이 낯설면서도 새롭다.
대리석으로 잘 치장한 한국은행 건물이 봄볕을 받으며 끄덕끄덕 존다.
전북 강진읍에 정확히 1시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옆에 있는 소머리국밥 주인과 눈이 마주쳐
어디 다른 음식점을 찾는 기회를 포기하고 들어가 국밥 두 그릇을 시켰다.
밥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찍은 사진이다. 저 하차장에 누워있는 주인 잃은 배낭 하나.
보통 섬진강 종주는 ‘강진교’를 건너 ‘강진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거나
아니면 우회전해서 ‘섬진강댐’까지 약 7km을 더 올라가 댐을 구경하고 출발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리는 두 번째 코스를 택했다.
섬진강을 끼고 댐으로 오르며 바라본 풍경들.
복숭아꽃 살구꽃이 어우러진 사이로 섬진강의 진초록 물빛이 번쩍인다.
여기 산봉우리들은 어찌 저리도 올망졸망한지
무르익은 남도의 봄 풍경을 보며 자전거 페달을 돌리자니
계속 이어지는 언덕도 그렇게 힘들지 않다.
국밥 먹은 힘으로 열심히 페달을 구르다보니 드디어 멀리 섬진강 댐이 보인다.
연륜이 묻어나는 콘크리트 빛이 위엄이 있다.
섬진강 댐은 일제치하인 1926년부터 만들기 시작해 1965년에 완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 댐이란다.
댐 위에 오르니 댐 저쪽에서 공사 중이라 통행금지란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여지저기 아픈 곳이 많은 거다.
댐 위를 지나 저쪽에서 내려가려했는데 아쉽다.
댐 위에서 바다다본 강 하류.
이곳에서 승호가 배낭을 터미널에 두고 왔다는 것을 알았다.
아까 사진 속 배낭은 바로 승호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다시 가서 갖고 올 수도 없고
내려갈 때 들러보기로 하고 허무한 맘으로 댐 구경이나 했다.
섬진강 다목적 댐의 건설로 생긴 거대한 인공호수 '옥정호'.
넓고도 깊은 호수.
섬진강 댐을 내려다보는 댐 관리 부속건물들.
‘옥정호’는 일교차로 물안개가 많이 발생하는 봄 가을에
유난히 물안개가 많이 피어올라 전국 사진작가들의 유명 출사지란다.
댐에 올라가 구경하고 내려오니 두시 반,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그 한 시간 동안 주인 잃은 승호의 배낭은 버스터미널을 혼자 지키고 있었다.
사진은 섬진교를 건너서 찍은 섬진강 다목적 댐이 있는 방향.
터미널에서 배낭을 다시 찾아 메고 힘차게 달리는 승호.
다리 건너 정면에 보이는 삼거리 휴게소가 섬진강 종주의 출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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