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달리 올 블루베리 농사가 꽝이라던 광택이가
그래도 아쉬웠던지 술 한 잔 하자고 부르는 바람에 찬바람 맞으며 광택이 농장을 찾았다.
연말 술판은 농막에서 숯불에 고기 구어 먹는 게 최고다.
그리고 광택이네 갈매기살은 우리들 삼겹살보다 맛있다.
어디서든 언제든 친구들이 여럿 모이면 각각이 하는 일이 늘 같다.
수다 떠는 인간은 그냥 수다만 떨고, 고기 굽는 분은 늘 고기만 굽고,
뒤집는 사람은 뒤집기만하고, 자르는 남자는 말없이 자르기만 한다.
물론 사진 찍는 놈은 사진기만 들고 설친다.
사람은 많지만 어떻게 하는 일은 늘 같은지 오늘도 똑 같았다.
늘 신기한 것은 마냥 노는 사람은 없다는 거다.
그렇게 누군 고기 굽고 누군 상 차리며 먹으며 떠들고 마시면서 또 열심히 늙어 갔다.
갈매기살은 어떤 술과도 잘 어울리면서 불에도 잘 익고
무엇보다 목구멍에서 잘 넘어간다.
먹던 갈매기살이 다 떨어지자 급기야 어제 잡았다는 껍질도 안 벗긴 날고기까지 나왔다.
갈매기살은 저 허연 힘살을 벗겨야 구워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술 먹다가 갑자가 한 쪽에 푸줏간을 만들고서는
싱싱한 돼지 살 위로 나이프가 왔다 갔다 하며 껍질을 벗겨내는데
옆에서 날고기를 구워 먹자니 어디 석기시대 초원에 온 기분이 든다.
더구나 벌겋게 술이 오른 얼굴로 고기를 삼키다 보니 원시인이 따로 없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이바구를 들으며 불판에서 길게 늘어진 을미년 한 해.
적당히 도막을 내서 잘 씹어서 뱃속으로 집어 넣어 없앴다.
후식으로는 커피 한 잔이면 되는데 손 큰 제수씨가
생각지도 않은 거한 식사까지 내 오신다.
아무튼, 농막에서 친구들과 보내는 송년회는 늘 뭐 하나 아쉬움이 없다.
아무쪼록 광택이 농사가 내년에는 대박나기를 진심으로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