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 명물 소피아 사원과의 첫 대면은 길가에서 있었다.
잎 떨어낸 앙상한 나무와 2층 관광버스와 잡상인 옆에서 우린 둘이 비스듬하게 인사를 나눴다.
소피아 나이가 1,500여살. 겉모습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지만 건강하게 보였다.
'소피아 사원'은 실내로 들어가는 문이 여러 개 있는데 이 문에만 특별히 안내판이 있다. 오직 황제만이 들어갈 수 있음.
들어가면서 혹시나 누가 뭐라 할까봐 맘을 졸였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세상이 바뀌어서 아무나 황제가 될 수 있단다.
와 ! 겉과 달리 내부 공간은 엄청나게 높고 넓었다. 기둥이 없어 더 넓은 느낌이 들었다.
자연광이 조명을 대신하고 있었는데 중앙에 설치된 비계가 까마득하게 보였다.
둘러보는데 감탄사만 나온다. 다 헌것인데 그 중에 그래도 새것처럼 보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저기 엄청나게 크고 번쩍이는 글자. 이슬람 선지자들 이름이란다.
뭔 뜻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 어울린다. 우리가 액자 속 한자를 뜻풀이하면서 감상하는 것만은 아니듯이
글자도 그냥 멋으로 얼마든지 감상할 수 있는 거다.
건물 중앙의 높이가 아래서부터 위까지 악 50미터쯤 된단다. 건물이 만들어낸 높고 깊은 공간이 근사했다.
성당처럼 의자가 있고 성단이 있고 뭐 그런 것이 없으니 더 넓고 커 보였다.
중앙 가운데 꼭대기 천장에 성모님이 예수님을 안고 앉아 계셨다.
금 모자이크가 은은한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시는 모습이 정말 하늘에 계시는 성모님 같았다.
기둥은 가장자리 쪽으로 섰다. 색깔이며 반들거리는 것이 연륜이 묻어난다.
공기를 단축하려고 더 오래된 고대 건물에서 빼왔다고 하는데 성당 지면서 다른 집 기둥을 슬쩍 갖고 오다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기사 이당시 전쟁은 열에 아홉이 종교 때문이니.
2층에서 내려다본 풍경. 어마어마하다. 종교 건물의 목적은 일단 높은 사람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거다.
소피아도 그랬다. 아름다움에서 규모에서 사람은 완전 기가 죽는다. 신을 의지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곳이다.
여기에서 ‘너 이놈’ 하면 다 꼼짝 못하는 거다.
2층 회랑. 성당 안에는 관광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녀님, 신부님, 목사님, 무슬림도 있었다.
호젓하게 벽화를 감상하는 '또삐'를 쓴 무슬림이 건물과 유난히 잘 어울린다.
소피아는 성당으로 건축되었는데 이슬람 사원으로 더 유명하다.
둘 다 하느님을 섬기는 건축물이지만 돔을 얹은 비잔틴의 아름다운 소피아는
회교사원의 모델이 되었으니 이 건물의 가치는 다른 건축물에 비해 두 배가 되는 셈이다.
소피아에는 금빛의 기독교 모자이크그림이 유난히 많다. 이슬람이 덮어 버린 회칠을 걷어 제치고 다시 등장한 그림.
그러고 보니 무슬림들 뿔이 날만도 하겠다. 푸른 옷을 걸친 예수님의 모습이 아름답다.
옆에 있는 인물들은 소피아를 증축한 왕과 왕비란다.
소피아의 멋진 모습을 담고 싶어 남들 다 자는 오밤중에 나와 열심히 사진기를 들이댔지만 이모양으로 나왔다.
지금도 미안한 소피아 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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