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된 더위가 도대체 꺾일 기색을 안 보인다.
농막의 이 여름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승호와 강화도로 향했다.
강화읍에 들어섰으나 섬 풍경은 어째 육지보다 더 더워 보인다.
길가에 가로수가 없어서 그렇게 보이는가 싶다.
강화 외포리와 삼산 서포리를 왕래하는 페리에서 바라본 풍경.
내년 사월 완공예정이라는 다리가 거의 제 모습을 갖춰간다.
바다 건너 저쪽의 욕망이 바야흐로 실현되는 것이다.
삼산 농막의 저녁. 그래도 산꼭대기라고 농막은 제법 선선하다.
더위에 석포리 식당으로 가기가 귀찮아 삼겹살을 구웠다.
대충 이것저것 차려놓으니 어째 딱 최후의 만찬 식탁 풍경이다.
이튿날 새벽에 만난 잡초로 무성한 감자밭.
지난 오월에 심은 인디언감자 ‘아피오스(Apios)’인데 이 감자는 가을이 수확 철이란다.
그 꽃이 크기만 달랐지 생김새가 딱 칡꽃이다. 그렇다면 설마 뿌리가 칡처럼?
아무튼, 올 농막의 수확물 콘테스트 그랑프리는 토마토다.
지주대를 잘 세워 그런지 잘생긴 것들이 많이도 열렸다.
이 등은 참외다. 심을 때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열매가 크기도 하고 많이 열린데다 맛도 괜찮다.
삼 등은 농막 앞뜰에 핀 '갓버섯'(?)이다. 어제 저녁에는 저 버섯이 외등인줄 알았다.
카메라로 본 버섯 세상.
어찌나 큰지 지름이 거의 한 뼘이 넘는데 농막 마당에서 생명체에 대한 경외를 오랜만에 체험했다.
과일나무들 즉, 복숭아 사과나 감은 모두 작년보다 못하다.
허나 쓸데없이 잘 자란 열매가 있었으니 ‘모과’다. 저 단단함은 늘 도전적이다.
농막 입구 쪽 귀퉁이에서 자라는 '두릅나무'.
새 순이 나오는 족족 사람들에게 따먹히지만 어느 순간 자라서 사람을 놀래킨다.
올해 워낙 장해서 내년에는 어떻게 새 순을 따먹을까 궁금해진다.
밭 한쪽 끝에다가 설렁설렁 심었던 감자.
잡초에 덮인 놈들을 승호가 혼자 캐어 놨는데 저렇다.
딱 돼지감자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이런 아름다움도 있다. 여름 꽃의 여왕 참나리다.
비록 인간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지는 못하나 풍경 하나로 삶의 고통을 일순 감내하게 만드는 철학이다.
그렇게 꽃, 나무, 열매를 보다가 잠시 멈췄다.
풀밭에서 발을 멈추면 어디서든 작은 곤충들을 볼 수 있다.
수려한 모습의 딱정벌레 한 마리가 움직인다. 동물들은 늘 자리를 옮긴다.
지주대 끄트머리에 앉은 고추잠자리도 있다.
저렇게 뒷다리를 따로 걸치고 있으니 긴급이륙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다.
잠자리는 뒷다리까지 모아 착지를 해야 비로소 쉬는 모습이란다.
하지만 잠자리들은 오직 날기 위해 앉는 것 같다.
보기만으로도 편안한 풍경도 있다.
국수나무 이파리에 앉은 ‘앞노랑애기자나방’
나방과 나비의 큰 차이점은 날개를 접고 앉으면 나비, 펴고 앉으면 나방이다.
나방이 앉은 모습은 있는 자체로 곤충 표본이다.
‘파리풀’에서 꿀 따는 ‘참알락팔랑나비’.
‘파리풀’에는 강한 독성이 있다는데 그래도 꽃은 꽃인가 보다.
동물들은 무더위에 다 나자빠졌지만 산 속 식물들은 신이 났다.
보랏빛 풀협죽도와 주황색 참나리가 얼크러 설크러 졌다.
잔치가 열린 풍경이로다.
오전 내내 비가 오락가락하는 중에서도 잡초를 꽤 많이 뽑았다.
일 할 땐 몰랐는데 온몸에 벌레물린 자국이 수두룩하다.
더운데 가려움으로 고생깨나 하게 생겼다.
이튿날 오후 나오는 길에서 본 풍경, 정면의 산이 김포의 ‘문수산’이다.
그리고 보니 김포가 고향이라며 아직 저 산도 못 올라 봤다.
제 주변은 모르고 먼 데만 보고 사는 사람이 있다던데
내가 딱 그 꼴이다.
'사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뿌꾸의 피서 (0) | 2016.08.04 |
---|---|
물파스 (0) | 2016.08.02 |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식 구경 (0) | 2016.07.23 |
폭염주의보 속의 ‘중원 CC’ (0) | 2016.07.21 |
여름 수박 (0) | 2016.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