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중부지방 작은 시골 마을 ‘피아자 아르메리나’.
그곳에서 남서쪽으로 3km 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한 ‘빌라 로마나 델 카살레’
즉, ‘로마 저택’이라는 이름의 유적지. (카살레는 외딴 시골집이라는 일반명사란다.)
어디 포천 찜질방과 비슷하게 생긴 온천탕의 난방시스템.
이곳에는 무려 50개의 방이 있는데 12세기 대홍수와 지진으로 흙더미에 묻혔다가
17세기부터 알려지기 시작해 1950년대에 공식적 발굴이 이루어진 고대 로마의 유적지다.
화려한 그리스, 로마시대의 모자이크 장식이 백미인 이 유적지는
황족의 별장이다. 아니다, 지방총독의 저택이다. 비밀요정이다. 등등
그 정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데 아직도 완전하게 밝히지는 못했다고 한다.
유적지의 주인은 현재 알 수 없으나 건축연대는 짐작할 수 있다는데
초기 이 집의 지질 층위를 분석해보면 로마정 1세기부터 3세기 말(Tetrarchy) 건설된 것으로 짐작한단다.
특히 ‘빌라 로마나’는 로마제국 본토의 황금기 저택보다도 화려하기로 유명한데
건물 거의 모든 내부를 아름다운 모자이크로 장식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 모자이크들은 현재 발견된 로마 것 중에서 최고로 평가받는다.
저택이라기보다는 거의 ‘궁전’ 수준의 ‘Villa Romana del Casale’는 로마저택의 전통에 따라 설계되었다지만
주택 크기만으로 보자면 로마 것과 비교할 수 없도록 크단다.
발굴된 면적은 현재 일부이지만 약 천 평에 가까운데 총 4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진 수십 개의 방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바닥들은 모두 최고급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다.
메인 홀에 해당하는 <대회랑>의 모자이크화 그림의 내용 때문에 ‘대 사냥의 통로’라고 이름표가 붙었는데
60미터가 넘는 긴 복도에 세계 각국으로부터 다양한 동물들을 잡아 로마로 이송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이곳 모자이크 중에서 가장 인기 많은 그림이다.
‘비키니’ 수영복이 혹시 이 그림을 본떠서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그림.
‘위대한 사냥의 방’ 모자이크. 로마시대 건축물의 과시는 모자이크였단다.
모자이크는 2-3mm 크기의 대리석, 유리, 도자기 조각 테세라(Tesserae)등을
촘촘하게 바닥에 붙여 만드는데 당시 맨땅의 질척거림을 막는 방수 건축기법이기도 했단다.
‘작은 서커스의 방’. 아이들이 자는 방의 현관 바닥 그림.
로마 원형경기장의 전차경주를 아이들 수준에 맞게 표현했다.
이곳 그림에서 제일 많이 등장하는 것들은 의외로 물고기들이다.
다른 것들에 비해 모양이나 색깔이 특히 우수하다. 별별 세상의 물고기가 다 있는 것 같다.
얼핏 보면 영락없는 벽화이지만 이 그림도 수없이 많은 사방 5mm 정도의 칼라 도자기조각을 붙여 만들었다.
바다 낚시하는 그림을 좀 보세요.
‘폴리페모스의 방’. 로마 신화의 여러 장면들이 보이는데 신들이 옷을 벗고 등장한다.
‘로마나 델 카살레’의 뒷간.
당시에도 화장실은 바깥쪽 멀찌감치 두었던 모양.
그 속을 보니 참 별나다. 말은 가족 화장실이라고 하는데 여럿이 같이 마주보게 만들었다.
마주앉아 일 보면서 무슨 회의라도 했단 말인가.
이곳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침실.
침실 중앙 바닥의 그림 하나가 너무도 사실적이다.
돗자리를 하나 깔지 않고서는 제정신으로 견디기 힘들 내용이로다.
이곳에서 가장 넓은 공간 ‘교회소’(basilica).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던 큰 대리석이 많다.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서인가 보다.
모자이크 보호를 위해 설치했다는 유리 가건물, 1957년에 설치했단다.
아무튼, 이곳이야말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자인 것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예술가는 죽었지만 작품들은 남아 당대의 모슨 것을 오롯이 보여준다.
이곳은 한마디로 그리스 로마 문명의 모자이크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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