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얼마나 왔나 궁금해서 집근처 수목원을 찾았다. 양지바른 곳에는 봄꽃이 만개했다.
이제 막 꽃을 피우는 ‘광대나물’.
봄의 전령 ‘봄까치꽃’은 아예 군락을 이뤘다.
손님 온다고 우는 까치처럼 봄이 왔음을 알린다 해서 이름을 얻었단다.
작지만 하나하나 그 생김새가 얼마나 똘똘한지 볼수록 귀여운 꽃.
괴상한 모습으로 봄을 알리는 ‘개암나무꽃’도 만개했다.
작년 이파리를 아직도 달고 꽃술을 주렁주렁 매단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영춘화’도 이제 막 피기 시작했다. 이분은 말 그대로 봄을 맞이하는 꽃이다.
봄꽃이야 다 봄맞이지만 제대로 이름을 얻었다.
‘길마가지나무꽃’도 이제 막 핀다. 향기가 대단한 꽃인데 바람 때문인지 오늘은 잠잠하다.
이 이상한 이름은 ‘가는 길을 막는다’ 해서 얻은 이름이라는데
이유가 향기가 짙어서인지 예뻐서인지 가지가 울창해서인지는 확실치 않다.
인천 수목원에는 희귀 야생화 꽃밭을 작년에 따로 잘 만들어 놓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복수초, 노루귀, 깽깽이풀 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복수초’는 그 중 세력이 가장 강하다.
‘복수초’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은 원수를 갚는 그 복수가 아니다.
복과 수를 함께 써 놔 그렇지 사실은 복(福)과 장수(長壽)를 뜻하는
우리의 소망을 담은 지극히 선한 이름이다.
같은 꽃밭 여기저기에 솟아 오른 우리의 귀한 야생화들.
여러 색깔의 귀여운 ‘노루귀’ 꽃이 눈길을 끈다.
‘청노루귀’
‘흰노루귀’
‘분홍노루귀’
꽃을 보고 있는데 곤줄박이 한 마리가 날아와 나무 위에 앉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뒤태가 그냥 한송이 꽃이로다.
‘되새’ 수컷도 봤다. 봄이라 그런지 빛깔이 대단하다.
매화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 매화는 수양버들처럼 가지가 축축 늘어진 종이다.
이름 하여 ‘처진 매화’로 매실은 안 열리는 것 같다.
‘산수유’는 수목원뿐만 아니라 공원 여기저기 한창이다.
분수를 배경으로 산수유나무 한 그루가 그림을 만든다.
이제 막 이삭꽃을 만들고 있는 ‘히어리’.
이 종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희귀나무란다.
인천 수목원 북쪽 출입구 바로 옆에서 크게 자란다.
'히어리 나무' 옆 울타리에 앉은 ‘오목눈이’
꽃 보랴 새 보랴 잠시 세상사는 일을 잊는다.
오늘따라 더 울창하게 보이는 낙엽송 숲.
색깔은 없지만 따뜻한 봄의 기운이 물씬 풍겨 나온다.
작년 만들었던 빨간 열매 사이로 반짝이는 찔레나무 새순.
반질한 나뭇가지가 햇빛을 튕겨 낸다.
인천대공원에서 부천으로 넘어가는 '거마산' 등산로로 귀가했다.
소나무 초록이 오늘따라 유난히 짙다. 그 아래 오솔길도 그렇고
심지어 길가의 돌탑까지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