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먹다가 대청봉에 한 번 가자고 내뱉은 말이 씨가 되어 갑자기 산행에 나섰다.
서울 개포동에서 오색약수터까지는 정확하게 두 시간 걸렸다.
약수터에 차들 대고 한계령 휴게소에 올라 찍은 풍경.
아침 7시 쯤 풍경이다.
한계령은 지금 단풍이 절정이다.
한계령은 900m 높이다.
단풍은 한계령을 기점으로 위는 이미 거의 끝났고 아래쪽은 아직 시퍼렇다.
덮어놓고 찾아온 우리를 한없는 자비심의 한계령이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이른 아침의 안개가 지나는 고지대 숲길은 신비했다.
무릉도원을 연상하게 하는 비경.
붉은 물감을 듬뿍 머금은 단풍 이파리들. 숨이 턱 막힌다.
설악산 다람쥐는 사람들을 따라 다니는듯하다.
가끔씩 길가에 나타나서는 저렇게 숨긴 도토리를 꺼내 먹는다.
‘우리는 이렇게 산다’하고 자랑하는 듯.
한계령에서 '한계령삼거리'까지는 가파른 언덕길이다.
도시에 찌든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무렵 나타난 시원한 풍경.
사방으로 몸을 틀며 자란 고목하나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언덕만 보며 죽을힘을 다해 길을 오르는데 갑자기 주변이 훤해지면서 하늘이 보인다.
산 능선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이정표를 보니 맥이 빠진다.
‘갈 길이 멀다’라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겠다. 이제 겨우 1.7km 오른 것.
그래도 가는 길을 멈출 수 없는 것은 끊임없이 이어서 나타나는 절경 때문이다.
숨이 턱에 찼다가도 잠시 쉬며 주변을 둘러보면 금방 가라앉는다.
산이 인간에게 주는 현찰이다.
앞을 가로막던 안개와 구름이 이젠 완전히 걷혔다.
바야흐로 설악산 위와 아래는 완전 빨강, 파랑, 노란색 천지다.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따라 대청봉까지 가는 거리는 약 8km.
그러나 대부분이 이처럼 사방이 보이는 숲길이라 전혀 지루하지 않다.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오르는 가장 험한 길이 끝나는 지점이 이곳 ‘한계령 삼거리’다.
많이 들었던 장소라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생각과 달리 쉼터하나 없는 썰렁한 곳이다.
아무튼, 이곳에서 길은 오른쪽으로 90도 방향을 꺾어 대청봉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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