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럽

산토리니의 밤

by 조인스 자전거 2011. 11. 3.

이아마을에서 '피라마을'로 넘어오니 해도 저물고 비도 개었다.

우산 없이 다니니 세상에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 형편없이 가벼운 존재.

 

 

 

 

당나귀 세 마리도 신이 났는지 셋이 같이 차차차 춤을 추는데 그 모습 정말 귀엽다.

동영상이 아니라 아쉬었다.

 

 

 

 

날이 어두우니 이제 구지레한 것들이 안 보여 더 좋다.

더구나 여기저기 따뜻한 주황색등이 하나 둘 켜지는데 동화 속 나라가 여기다.

 

 

 

 

조명이 없어도 하얀 풍경은 그 자체로 빛을 낸다. 어두우니 파란 바다가 아니라도 괜찮았다.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

 

 

 

 

피라마을은 산토리니 섬 딱 중앙에 자리 잡고서 섬의 대장노릇을 하는 마을이다.

성수기 밤에는 난리가 나는 곳이라는데 지금은 시월 비까지 내린 뒤라 한산하기 그지없는 밤이다.

 

 

 

 

산토리니 섬은 원래 하나의 섬이 화산 폭발로 지금과 같은 여러 개의 섬으로 분리가 된 섬이란다.

사진 가운데 시커먼 곳은 마그마가 부글부글 끓다 식어 생긴 무인도다.

바다 가운데 덴버 보트하나가 '루이스 마제스티호'로 접근한다.

 

 

 

 

피라 마을 광장 하얀 건물 옥상의 조형물 하나.

화산지대를 헤매다 막 나온듯한 시커멓고 벌거벗은 몸이 실감난다.

 

 

 

 

동화 속 같은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지나는 사람도 없고 풍경도 좋아 독사진을 막 찍었다.

가로등 아래서 한 장.

 

 

 

 

커피 향 솔솔 풍기는 카페 옆에서 한 장.

 

 

 

 

시간은 흘러 주위가 깜깜해 졌다.

돌아갈 시간.

 

 

 

 

 

케이블카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멀리 배가 눈에 들어온다.

 

 

 

 

 

삼백 미터 절벽 위에서 바라본 마제스티호.

 

 

 

 

 

마지막으로 찍은 산토리니 야경. 시간은 흘러 한 장 사진으로 남았지만

불빛은 아직 눈앞에서 반짝거린다.

 

 

 

 

 

케이블카는 순식간에 내려갔다. 바로 앞좌석에 앉은 젊은 연인들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어요?”

“콜롬비아요.”

 

 

 

 

 

산토리니를 사이에 두고 지구 양 방향에서 날아온 사람들이 마주 앉은 거다.

넓은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어디서나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