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테오라'로 들어가는 고속도로에서 본 풍경.
직선으로 뻗은 도로 끝으로 돌출한 봉우리가 나타나는데 저곳이 그 '메테오라'다.
차가 내달리고 마을이 성큼성큼 눈 앞으로 다가온다.
키를 하나씩 얻어서 호텔 방으로 가는데 복도 끝에 정교회 건물이 보인다.
호텔 안에도 교회가 있는 거다. 수도원 마을이라더니 역시 다르다.
저녁 무렵 도착한 숙소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맞이한 이른 아침.
호텔 주변이 너무도 궁금해 해가 밝자마자 밖으로 나왔지만 쌀쌀한 날씨에 기겁한 풍경이다.
숙소 바로 뒤에 어제 저녁 도로에서 본 바위 봉우리들이 우뚝한데 그 꼭대기에 수도원이 과연 보인다.
아침 식사 후 드디어 공중에 뜬 수도원을 찾아 나섰다.
마을에서 북쪽으로 20여분 산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달리자 보이는 남쪽 풍경.
'데살리아' 평야와 그 사이를 흐르는 '피니오스'강, 그리고 멀리 지나는 산맥은 그리스 반도를 종단하는 '핀두스' 산맥.
그 잘 어우러진 풍경이 여행자의 마음을 녹여버린다.
수도원으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 산 능선을 따라 북쪽을 향한다.
이정표나 마을 하나 보이지 않지만 수도원으로 가는 길은 분명해 보였다.
'메테오라 수도원'은 드라마틱하게 나타났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바위 봉우리와 그 위의 수도원.
산 비탈에 있으리라 생각했던 수도원은 깊은 산속에 숨어 있었다. 사진으로 보고 신기해했던 풍경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는데 심장이 막 벌렁거린다. '성삼위수도원'이라는 저곳은 메테오라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원으로 이름난 곳이다.
1476년 수도사 '도메티우스'에 의해 세워졌다고 전해 온단다.
길가로 연이어 나타나는 기암절벽과 수도원 건물들과
그리고 멀리 배경으로 펼쳐지는 ' 핀두스' 산맥의 눈덮인 연봉들.
버스는 절벽길을 달리고 차창 너머로는 수도원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비슷비슷한 모습이나 하나같이 묘한 자리에 들어섰다.
그 중 하나인 '루사노스' 수도원이 보이는 곳에서 버스가 멈췄다.
메테오라에서 가장 중앙에 자리한 가장 안정적이고 규모가 큰 수도원이다.
우리는 이곳 여섯 개의 수도원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발렘수도원'을 방문했다.
마침 도르래가 물건을 나르고 있었다. 500년 동안 수도원으로 출입하는 방식이란다. 에피소드 하나,
처음 들어오는 수도사가 밧줄을 타고 오르면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늙은 수도사에게 물었다.
“이 밧줄은 튼튼한가요? 사용기한은 얼마나 되지요?”
“?, 아, 끊어지면 새것으로 교체하네.”
수도원을 오르며 본 절벽 바위다. 둥근 조약돌이 선명한 퇴적암이다. 푸석하게 생겼지만 보기와 다르게 단단하다.
이 일대의 독특한 지형은 지표면이 침식과 융기를 거듭하는 지각운동 결과 만들어졌단다.
약한 지질은 깎이고 단단한 사암만이 남아서 마테오라를 만들었다.
'발렘 수도원' 입구 동판에 새겨진 계시록 말씀.
‘주여, 누가 주의 이름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며 영화롭게 하지 아니 하오리이까.
오직 주님만 거룩하시나이다. 주의 의로우신 일이 나타났으매 만국이 와서 주께 경배 하리이다.’
이른 아침 분주한 새들이 바위 봉우리 사이를 비행하는데 이번에는 하늘에서 말씀이 이어진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주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발렘 수도원'에서 이곳저곳 둘러보고 나오며 찍은 사진. 풍경 속에 현재 운영되는 여섯 개의 수도원이 한눈에 다 보인다.
여기저기 봉우리 위의 수도원들은 고립된 모습처럼 살림도 공동체의 간섭 없이 각자 나름대로 한단다.
세월의 변화 속에 많은 늙은 수도사들은 이곳을 떠나 더 외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금은 관광객에게 어필하겠다는 젊은 수도사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수도원을 돌아 나오다 전망 좋은 마당바위에서 잠시 쉬었다. '카스트라카' 마을을 뒤로하고 선 가이드 홍자경씨.
바로 뒤가 까마득한 절벽인데 태연히 저러고 섰다. 하나님이 자주 왕래하시는 곳이라 겁 낼 게 없단다.
넓은 마당바위 뒤로 이 지역에서 제일 큰 '메갈로 메테오론' 수도원이보인다.
이 수도원을 '대 메테오론'(Megalo meteoron)이라고 이름 붙인 후 '메테오라'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메테오라’는 ‘공중에 뜬’ 이란 뜻이다.
버스는 수도원을 찾아 올라갔던 길을 다시 내려간다.
떠오른 아침 해가 메테오라를 한가득 비추는데 올라 올 때 본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도사들이 늘 바라보는 죄가 가득한 세상이겠다.
커브길에서 다시 마주친 '트리니티 수도원'.
이제 금욕과 명상과 도피의 수도원들이 신비함보다는 신기하다는 생각이 앞서는데
아마도 물욕에 찌든 내 영혼때문이겠지.
차는 달리고 암봉 사이로 '칼람바카' 시내가 바로 아래다.
바위 봉우리 위에서 평생을 보내는 수도사들을 보고 내려오려니
우리 사는 세상이 유난히 지옥스럽다
'메테오라' 지역을 떠나며 다시 뒤돌아 본 수도원들. 이곳에 있는 6개의 수도원 중 4개가 한곳에서 보인다.
사진 뒤서부터 '그레이트 메테오론 수도원', '밸렘 수도원', '루사노스 수도원', '트리니티 수도원'이 그곳이다.
마테오라의 고립된 그리스 정교 수도원들은 중세 오스만투르크의 400년 지배 속에서도 종교인 전통은 물론
헬레니즘 문화를 지켜낸 원동력이 되었단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민족문화를 지켜낸 현장으로서도 소중한 곳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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