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 중에 가장 보고 싶었던 산토리니 섬에 배가 다가간다.
산토리니에 접근할 수 있는 포구는 뉴포트와 올드 포트 두 곳이 있는데
보이는 곳은 피라마을에 있는 뉴 포트다.
항구와 꽤 떨어진 곳에서 탠더 보트에 옮겨 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꾸물거리던 하늘에서 드디어 빗방울이 떨어진다.
산토리니 아름다움은 파란 하늘과 하얀 집이라 했거늘 이런 낭패가 다 있나 싶었다.
시커먼 구름은 계속 밀려오고 불어오는 바람은 세찬데
산토리니 상륙의 설렘은 빗방울을 타고 날라 갔다.
우울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부두 위 시커먼 절벽에 갈 짓자가 선명하다.
성냥갑만한 차들이 지그재그로 절벽을 오르는데 멋있기는커녕
속 타는 마음에 좍 좍 낙서를 하는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오르는 길은 아래서 보는 것 보다 안전했다.
마주치는 차마다 서로 양보를 해서 버스는 거침없이 언덕을 오른다.
영어 가이드는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데 버스안 사람들은 빗방울을 세느라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차는 뉴포트에서 올라오자마자 계속 섬 중앙 도로를 따라 달렸다.
이곳에서 '이아마을'까지는 10Km나 된다. 올라와서 보니 산토리니는 꽤 큰 섬이다.
산토리니 섬(Santorini)은 그리스 에게 해 남부에 자리 잡은 작고 둥근 모양의 화산 군도이며,
그리스 본토와는 약 200km 정도 떨어져 있다. 이 섬은 티라 섬(Thera)이라고도 하며,
키클라데스 제도의 최남단에 자리 잡고 있다. 면적은 73㎢. 인구는 2001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13,670명이 거주하고 있다. 행정구역상 티라 시와 오이아로 구성되어 있다. - 위키백과에서
이곳에서 가장 큰 마을인 '피라' 마을이다.
각종 관공서나 큰 가게들은 다 이곳에 있다고 하는데
우중충한 날씨만큼이나 지나는 풍경이 다 어둡다.
마침내 섬 북쪽 끝에 있는 '이아마을'에서 버스가 멈췄다.
마을 여기저기를 다녀 보지만 도대체 사방이 우중충하고 개똥까지 밟히는데 영 맛이 안 난다.
심란한 마음도 달랠 겸 포카리를 비 맞히며 옛날 광고 흉내를 냈다.
우산 쓰고 사진 찍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사실 비는 많이 내리지 않았지만 하늘이 컴컴하니 도대체 찍는 사진마다 다 어둡다.
어안렌즈로 담은 풍경. 풍경을 확 늘려 담으니 시커먼 하늘이 좀 맑아지는 듯 하다.
그러나 어떻게 된 비는 끊이질 않고 맥없이 계속 내리네.
집 안에서 바라보면 그렇게나 낭만적인 가을비가 이렇게 처량할 줄이야.
메이드인 그리스 제 우산을 쓴 마누라도 이제 구경이 심드렁하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지만 별로 재미난 것이 없다.
카페 손님들도 우중충하기가 마찬가지다. 옷이나 표정이 다 쓸쓸하다.
10월 산토리니의 비오는 오후 풍경이다.
그러나 저러나 이곳저곳 분주히 사진기를 들이대다
빨강 파랑 노랑 색깔을 우연히 만났다.
정신이 좀 났다.
'이아마을'에서 맞는 저녁노을이 환상적이라는데
비에 젖은 부겐베리아와 시커멓고 우중충한 하늘과 바다라니
불타는 저녁노을은커녕 비바람이 앞을 가린다.
사방이 질척거리는 하지만 어쨌거나 이아마을 뷰포인트에 섰다.
멋진 석양구경의 꿈을 안고 수만리 먼길을 달려 왔건만
아무리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하려해도 안타깝기만 한 풍경이다.
버스 정류소로 나오는데 돌담 너머 석류나무가 보인다. 비에 젖은 석류가 환하게 웃음 짓네.
산토리니의 비는 언제나 단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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