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지가 며칠 되었는데도 백운산 능선에서는 아직 눈을 볼 수 있다.
높이가 삼백 m도 안 되는데 나름 높다고 그러는가 싶어서
히말리야를 걷는 것처럼 고마운 마음으로 산책을 즐겼다.
엊그제 내린 눈은 그리 많지 않았으나 강풍을 타고 내려서
눈이 나무 기둥에 가로로 찰싹 달라붙어 생경한 풍경을 연출한다.
바람은 훈풍이고 풍경은 한겨울이다.
언감생심 고라니 한 마리 껑충껑충 지나지 않을까 잠시 기다렸다.
숲 속 여기저기서 펄썩 철썩 눈덩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눈과 귀가 오랜만에 호강을 한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과 눈송이들
보이지는 않지만 겨울 햇살이 모든 것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정상에서 마주한 북항쪽
북성포구 쪽 기름 공장에서 솟아 오른 연기가 어마어마한 구름을 만들고 있다.
자주 보는 풍경이지만 오늘따라 얼마나 무지막지한지 공포스러울 정도다.
세상은 왜 이리도 불공평할꼬.
백운산 동남쪽 5부 능선 산기슭.
팥매나무,참나무,서어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봄에 노루귀 꽃을 볼 수 있는 비밀 장소가 바로 중앙 아래쪽이다.
노루귀는 지금 눈을 뒤집어쓰고 뭐 하고 있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