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내리던 비가 잠시 멈추는 듯해서 우산을 쓰고 백운산에 올랐다.
비 오는 날 산에 오르면 구질구질한 면도 많지만 그만큼 힘이 덜 들고 상쾌하다.
등산로 초입에서 만난 '우산광대버섯' 일가족.
산뜻한 모습이 이제 막 피어났다.
이삼일 내리는 비를 오롯이 맞고 자란듯한 '난버섯'
보잘것 없이 생겼지만 얼마나 단단한지 역경을 이겨낸 기개가 돋보인다.
'우산버섯'
내리는 비에 갓 주름이 다 닳아 반질반질 윤이 난다.
'큰갓버섯'
큰갓버섯은 커다란 갓이 볼거리인데 거의 삿갓모양으로 변했다.
그래도 찢어지지 않고 버틴 것을 보면 강단있는 버섯이다.
안개에 쌓여 보이지 않던 전망이 갑자기 나타났다.
하늘도시 물치도 방향으로 빗물에 말끔하게 씻긴 도시가 산뜻하다.
'노란난버섯'
이 버섯은 자실체가 단단해서 비와 상관없이 제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갓과 대 모두 단단하기가 플라스틱 재질같다.
안개에 쌓인 백운산 등산로
'고추좀잠자리' 수컷
배가 빨간 이 잠자리는 초록색을 싫어하는 듯하다.
많고 많은 풀 중에서도 앉는 곳은 늘 갈색 잎이나 가지다.
암컷
반면 암컷은 초록색에 앉는다.
아무려나 잠자리들은 비가 그치자마자 나타나는 재빠른 곤충이다.
얼크러설크러진 '짚신나물꽃'
여름철 야생화들은 대부분 길쭉하게 생긴 총상꽃차례를 갖고 있다.
지금 백운산 등산로에도 짚신나물 꽃 외에 파리풀, 무릇 꽃이 많이 피었다.
등산로 가운데로 늘어진 '담쟁이덩굴'
담쟁이도 어디 기댈 곳이 없으면 아래로 자란다.
백운산 전망대
오랜만에 아무도 없는 전망대에서 고독을 즐겼다.
전망대 난간에서 만난 참매미
매미도 심심했던지 렌즈를 바짝 들이 대는대 도망가지 않네
그녀석 가까이서 보니 꽤 매력있는 얼굴이다.
7살이나 먹은 놈 치고는 꽤 어려 보였다.
오늘 처음 만난 '니토베대모꽃등에'
머리쪽은 붉고 배는 검고 날개에는 전투복 모양의 무늬가 있다.
크기가 왕파리만해서 금방 눈에 띄었다.
'등에'는 입이 침처럼 생겨서 가축의 가죽을 뚫고 피를 빨아 대는 흉측한 곤충이다.
이놈은 생김새마저 전투적으로 생겨 보기에도 섬찟한 느낌을 준다.
빨갛고 검은 몸의 색깔도 그렇고 이름도 그렇고 일본산 같다.
우리 어렸을 때는 전혀 못 보던 곤충인데 자고로 일본산은 어딘가 경계심이 든다.
'큰우산광대버섯'
유난히 대가 굵어 다른 종인가 의심이 됨.
딱 한 송이가 피었는데 갓의 크기가 5,6cm는 돼 보인다.
'산초나무' 꽃과 '어리줄배벌'
어리줄배벌은 산초나무을 무척 좋아하는 듯하다.
다를 꽃들에서는 못 보는데 산초나무 꽃에서는 꽃이 펴서 질때까지 늘 볼 수 있다.
'꽃파리'
산에서 내려오다 만난 무지개.
바다에서 시작된 무지개가 하늘로 치솟는데 장관이다.
나이가 드니 여태껏 내가 쓰는 낱말의 어원이 늘 궁금하다.
그렇다면 무지개의 어원은 또 무엇일까 찾아 봤다.
무지개의 어원은 어느 나라든 비슷한가 싶다. 영어로는 '레인보우' 즉 비 온 뒤에 활처럼 휜 모습.
프랑스어로는 '아르캉시엘' 즉 하늘에 나타나는 아치 모양.
우리말로는 '므지게'에서 왔다는데 물(므)을 뿌리면 나타나는 둥근문(지게)이란다.
내심 은근히 기대했던 신통한 아니 의미심상한 어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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