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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산책

백운산, 사슴풍뎅이

by 조인스 자전거 2023. 5. 17.

바닷가만 걷다가 백운산 숲이 궁금해 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예전엔 별로 못 보던 것 같은데 요즘 들어 부쩍 세력을 넓히고 있는 '좀씀바귀'.

 

 

다른 씀바귀와 달리 잎이 동그래서 쉽게 구분을 할 수 있다.

벋음 줄기로 자라는데 잎이 뿌리에서 모여나고 꽃도 꽃줄기가 올라와 핀다.

씀바귀 종류가 꽤 많은데 그중에서 꽃도 잎도 제일 예쁜듯싶다.

 

 

 

등산로 초입에서 발견한 '산삼' 아닌 '오갈피'

처음에는 이거 산삼이 아닌가 하고 놀랐는데 잘 살펴보니 역시 아니다.

 

 

잎은 산삼 잎을 빼닮았는데 잎줄기가 한곳에서 뻗지 않고 줄기 아래쪽에는 목질까지 보인다.

하지만 이파리가 산삼을 닮아 그런지 나름 영양가가 높은 산나물에 속한단다.

 

 

 

숲이 무성할 때는 특별나게 눈길을 끄는 풀이나 꽃이나 나무가 거의 없다.

하지만 왕성한 먹이활동을 하는 곤충이 그 아쉬움을 메꿔 주는데

오늘 처음 눈에 들어온 곤충은 '사슴풍뎅이'다.

 

 

'사슴풍뎅이' 암컷

등산로 중앙에 드러누워 이제 그만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놈을 잘 달래서

나뭇등걸에 올려놔 주었더니만 제정신이 들었는지 저렇게 편한 자세를 취한다.

 

 

 

'사슴풍뎅이' 수컷.

야자 매트에 누워 꿈지럭 거리는 수컷도 발견했는데

이후로도 대여섯 마리의 사슴풍뎅이들을 길바닥에서 만났다.

 

 

 

이놈은 참나무 위에서 직접 봤다.

참나무 그늘에서 친구와 전화를 하다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머물러서 볼 수 있었지 무심히 걸어갔으면 절대 볼 수 없었을 듯.  

'사슴풍뎅이'들은 아무 나무에나 앉지 않는 듯도 한데 참나무에서만 봤다.

 

 

 

'사슴풍뎅이'는 생김새도 그렇지만 색깔도 매우 이국적이다.

희한하게 일본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곤충이라는데 그러니까 자체로 우리 편이다.

 

 

 

'사슴풍뎅이'는 기이하게도 앞발이 엄청나게 길다.

싸움보다는 짝짓기할 때 암컷을 붇잡기 위함이 분명해 보인다.

 

 

'사슴풍뎅이'들은 암수 불문하고 상대방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잘 보이는데

그때 사용하는 것이 이 별난 앞 발이다. 하지만 폼 만 그렇지 공격은 하지 않는다.

 

 

 

'국수나무' 꽃에 올라앉은 '풀색꽃무지'

백운산 정상에서 자라는 국수나무에서만 유난히 많은 꽃무지들이 보인다.

꽃무지는 높은 지대를 좋아하는 듯.

 

 

 

'꽃무지'는 풍뎅이류에 속하는 곤충이지만 '풍뎅이'와 달리

딱지날개(겉날개)를 펴지 않고 속날개를 펴서 날아다녀 풍뎅이와 구별된다.

또 딱지날개가 둥글지 않고 편평한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 되겠다.

'사슴풍뎅이'도 꽃무지의 일종이다.

 

 

 

참나무 위에서 벌이는 '사슴풍뎅이'의 대낮 정사.

곤충들이 노골적으로 짝짓기 하는 광경은 처음 봤다.

다소 설레기도 하고 낯부끄럽기도 하다가 장엄하기까지 했다.

 

 

 

현생 인류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등장한 것은 고작 20만 년 전.

곤충은 4억 7천900만 년이나 된단다. 공룡도 못 피해 간 대멸종 시대를 곤충은

무려 다섯 번이나 겪고도 살아남았단다. 곤충이 살아남는 방법을 목전에서 보니 감회가 깊었다.

 

 

 

죽은 듯이 엎드려 있는 암컷과 달리 수컷이 하는 동작이 의외였다.

 

 

 

절정에 도달한 수컷이 기다란 앞발을 높이 들더니 갑자기 나무아래로 투신했다.

산에 오르며 본 등산로 바닥의 사슴풍뎅이들이 모두 사연이 있던 거였다.

 

 

 

가만 생각해 보니 짝짓기가 끝난 수컷 사슴풍뎅이는 땅에 떨어져 생을 마감하는 듯하다.

보통 곤충들은 알을 낳고 죽는다고 알고 있는데 암컷은 알을 낳고 죽지만

수컷은 교미가 끝나면 한방에 미련 없이 그냥 가는가 싶다.

허긴 생식기능이 끝난 수컷은 별로 쓸모가 없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