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럽

바티칸의 아프리카

by 조인스 자전거 2011. 6. 16.

바티칸시 박물관 입구에는 작은 아프리카 민속 목각 작품을 진열한 쇼케이스가 있다.

작은 배도 있고 그 배에 잔뜩 탄 아프리카 사람들을 새긴 모양도 있다.

 

 

누군가가 하나하나 공들여 깎아 만든 아프리카인을 보고 있자니

작품의 아름다움이나 완성도보다는 아프리카에서 있었던 노예사냥과 노예선이 생각났다.

 

 

 

생각해 보면 아프리카 대륙 만큼

기독 문명국가의 끈질기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당한 곳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노예사냥이 시작된 16세기 초 이후로 아프리카 대륙은 통째로

하나님을 믿는 유럽의 여러 나라에 의해 절단이 났다.

 

 

 

 

피부 검고 무식하고 나라 지킬 힘이 없다는 이유로 가진 모든 것을 빼앗겼다.

 

 

 

가족과 재산 이웃과 나라를 변변한 저항 한 번 못하고 모두 약탈당했다.

 

 

 

1860년 아메리카에서 노예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약 400여 년 동안 노예사냥으로 수천만 명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끌려갔다는데

당시의 열악한 수송 수단과 환경을 생각해 보면 도착하기도 전에 죽은 노예는 또 얼마나 많을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더구나 당시 노예사냥 대상이 모두 건장하고 똑똑한 흑인남성들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기독 문명국가들이 아예 아프리카의 씨를 말렸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거다.

 

 

 

 

사실 지금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민족 간의 분쟁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노예사냥과 관련이 많단다.

당시 그들 종족 간 잡고 잡히고 팔고 팔리던

슬픈 역사의 끈이 다 연결된다는 거다.

 

 

 

노예사냥의 결과 아프리카는 19세기에 이미 대륙 전체가 폐허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런 재앙은 노예사냥이 끝난 후에도 계속되었다.

 

 

 

노예해안, 황금해안, 상아해안, 곡물해안, 후추해안 등의

아프리카 서해안 지명이 말하듯이 유럽 열강의 식민지 정책은

그나마 남아 있던 아프리카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사람은 물론이고 그들이 갖은 풍부한 자원까지 몽땅 서구 열강에 수탈당한 아프리카.

사실 그들은 기독교 문명의 가장 큰 피해자다.

 

 

 

기독문명이 이룩한 자유 민주주의에 의해서

자본, 영토, 주권까지 몽땅 빼앗긴 검은 아프리카.

그들의 힘없는 아주 작은 배들이 바티칸 입구에 진열되었다.

 

 

 

 

문명을 앞세워 사상 최대의 악행을 저지른 서구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지속된 아프리카 핍박에 동조한 모든 나라는

지금부터 앞으로도 아프리카에 갚아야 할 빚이 너무도 많다.

 

 

 

바티칸은 이제 그들이 저지를 만행을 용서해 달라고 아프리카를 바디칸 입구에 전시했다.

아마도 결코 자신들의 죄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일지도 모르겠다.

아름답지만 슬픈 아프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