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블라 석굴사원에서 바라본 '시기리야 바위'.
스리랑카의 수도를 '콜롬보'로 잘 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콜롬보'는 옛 수도다. 브라질리아처럼 벌써 한참 전에 수도를 새로 만들었다.
석굴 사원 출입구에서 본 풍경.
정확한 스리랑카 수도 이름은 ‘스리자야와르데네푸라코테’
그러나 이렇게 이름이 길다 보니 알아도 써먹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담불라 석굴사원'은 물방울 모양의 스리랑카 국토에서
정 가운데 자리한 스리랑카 최대 석굴사원이란다.
인도의 유명한 '아잔타'나 '엘로라 석굴사원'과 달리
이곳은 천연적인 바위굴을 최대한 이용해서 만든
그야말로 자연 친화적인 사원이라는 거다. 그래서 그런지 천장과 바닥이 울퉁불퉁하다.
석굴은 신앙의 종류와 관계없이 종교적인 건축물을 만드는데 있어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암흑의 신비감, 돌의 영원함, 거기다 자연 냉난방까지 되니
문명의 발달과 상관없이 사원으로 많이 이용되나 싶다.
특히 스리랑크처럼 사시사철 무더운 열대 지방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시원한 바위굴 속 거대한 불상 앞에 무릎 꿇고 있으면
누구든지 순식간에 부처가 될 수 있다.
이 석굴사원의 유래는 이렇다.
이 지역의 수도였던 '아누루다프라'에서 BC103년 왕위에 올랐던 '왓타가마니 아브하야' 왕은
인도에서 넘어온 타밀족의 공격으로 왕의 자리를 빼앗기고 이곳 '담불라'까지 피난을 온다.
왕은 14년간 이곳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드디어 BC 89년 '아누루다프라'를 탈환한다.
후에 왕은 자신을 보호해준 이곳 스님들에게 은혜를 베풀고자
사원을 만드는데 바로 '담불라 석굴사원'이다.
불교의 윤회사상을 석굴사원 자체로 보여주는 곳이라 하겠다.
아무려나 '싱할리족'과 '타밀족'의 원수 관계는 그러니까 벌써부터 오래 전에 시작된 거다.
지난해에 벌어졌던 스리랑카 내전 중 싱할리족의 타밀족 학살에
담블라 석굴의 부처님도 연관된 것인 거다.
사원은 모두 다섯 개의 큰 석굴사원으로 구성되었고 각각의 굴에는 고유 이름이 있다.
제1석굴은 ‘신들의 왕 사원’으로 가장 오래된 석굴이다. 길이 15M의 이곳에서 제일 큰 와상이 있고
벽과 천장에는 프레스코 화법으로 그린 부처님의 일생과
이곳 실론 역사를 그린 그림이 빽빽하다.
제2석굴은 ‘위대한 왕의 사원’으로 담불라에서 가장 큰 석굴인 동시에
가장 아름다우며 56개의 불상이 있고 천장에는 붓다의 생애와
싱할라족의 역사적 사건들을 그림으로 나타냈다.
제3석굴은 ‘위대한 새로운 사원’으로 18세기에 왕이었던 킷티 시리 라자하가 만들었다는데
이곳에도 57개의 많은 불상이 있고 9미터에 이르는 와불이 있다.
제4,5석굴은 순서대로 근대로 들어오며 새로 만든 부속 석굴이라고 하는데
다른 석굴에 비할 바가 못 된다.
2천년 역사를 안고 어두운 석굴에 묵묵히 앉아 있는 많은 불상을 보고 있노라니
뭐라 딱히 말할 수 없는 신과 통하는 느낌이 전해 왔다.
다 보고 나오니 석굴 밖은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다.
달도 없는 깜깜한 바위산에서 버스가 기다리는 산 아래까지 초행길을 더듬거리며 내려오는데
누군가 뒤에서 말없이 플래시를 비춰 준다. 고마워서 생큐 하려는 순간
‘기브 미 원 달라.’
플래시 비춰 준 값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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