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구와 놀려고 자전거를 차에 싣고 초지대교를 건너 강화까지 갔다.
어렸을 적에는 걸어가곤 했는데 이젠 차를 타고도 한참 가야한다. 늙음이 별 것에서 다 억울했다.
강화에는 해안선을 따라 자전거 도로를 잘 만들어 놨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잡초에 돌멩이에 흙덩이에 뭔가 좀 쓸쓸한 분위기다.
광성보에서 출발을 해 마니산을 한 바퀴 돌자고 친구가 앞장을 선다.
길을 좋은데 봄바람이 너무 세 자전거가 잘 나가지 않는다.
초지진으로 해서 황산도를 지나다 힘이 들어 쉴 겸 동검도로 들어갔다.
밀물엔 배를 타고 썰물에는 제방으로 걸어 들어간 길이 이제는 좋은 길이 생겨 그냥 건넌다.
썰물이라 멀리까지 바닷물이 나갔다.
마니산이 멀리 보이는 동검마을, 참 오랜만에 와서 보는 풍경이다.
산 위쪽으로는 외지인 들이 지은 그림 같은 전원주택들이 즐비한데
아래쪽에는 옛날 그 낮은 집들이 그대로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대로 있는 반가움 보다 벗어나지 못한 안타까움이 더 컸다.
계속 맞바람을 맞으며 선두리 해안가를 지나 덕포리 앞 벌판까지 왔다.
마니산 아래 이름도 예쁜 마을 덕포리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저 마니산을 끼고 흥왕리로 해서 장화리 화도리로 한 바퀴 돌려고 했으나 봄바람이 너무 세 방향을 바꿨다.
덕포리 벌판에서 바라본 북쪽, 진강산이 따스한 봄볕을 즐기고 있었다.
먼지 폴폴 날리던 그 옛날 그 길가에 언제 저렇게 예쁜 향나무가 있었던지 드문드문 선 나이든 나무들이 새롭다.
화도면에서 길상면으로 그리고 불은면으로 넘어 오다가 만난 '길정저수지'.
쉴만한 물가라는 펜션 이름이 예뻐 찾아들었더니 나타난 곳이다. 한참을 쉬어도 뭐라는 사람 없어 편안한 곳.
그리고 주변이 정말 깨끗했다.
'두운리' 고개를 넘다 무덤가에 핀 할미꽃을 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잠시 쉬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무덤가는 물론 무덤 위에도 옆에도 할미꽃 천지다.
어릴 때 자주 와서 놀던 무덤가와 다르게 기분이 묘했다.
왜 할미꽃은 무덤가에만 필까 친구 녀석이 질문을 던진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 무덤가에 피어 할미꽃인지
아니면 할미꽃이라 무덤가에 피는지 헷갈린다.
네 시간 가량 자전거를 몰고 다니면서 본 풍경 중에서 제일 멋있다고 집짓는 친구가 추천한 집.
마을 이름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강화 특유의 함석지붕 집, 문화재 분위기가 나는 집이다.
말로만 바다지 강 같은 김포 강화해협. 강화에는 펜션도 많고 전원주택도 많고 러브호텔도 많다.
멀리 보이는 흰 건물은 강화에서 제일 돈 많이 번다는 러브호텔이다.
드디어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30여Km 탔는데 봄바람이 세서 그랬는지 네 시간이나 걸렸다.
얼굴이 봄볕에 까맣게 그을렸다. 그러나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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