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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밤낚시

by 조인스 자전거 2011. 7. 11.

엊그제 생전 처음 밤낚시를 해 보겠다고 친구와 강화 삼산면에 있는 '항포저수지'를 찾았다.

비 온 뒤끝이라 풍경은 깨끗한데 길이 험하다.

 

 

 

 

항포지에 2시에 도착했는데 시간이 이른지 낚시터가 한산하기 이를데 없다.

좌대는 마음대로 골라잡으라는 관리인 얘기를 듣고

4짜리 떡붕어를 꿈꾸며 저수지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10만 평이 훨씬 넘어 보이는 넓은 저수지는 30여 년 전에 한번 왔던 곳이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다.

심지어는 누구와 왔는지조차 기억이 안 났다.

 

 

 

 

친구의 2칸 반짜리 짧은 낚싯대 2대를 얻어 가볍게 치고 앉아 있자니 심심했다.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철거덕 철퍼덕 사진이나 찍는다.

 

 

 

 

나는 벌써 낚싯대를 폈는데 옆자리 친구는 아직도 짐 풀기에 정신이 없다.

연장을 고르는 얼굴이 비장하다.

 

 

 

 

소식 없는 찌를 보고 있다가 승호에게 내 사진이나 찍으라고 카메라를 줬다.

나는 잘 찍어 줬는데 녀석은 이런 걸 찍어 놨다.

 

 

 

 

지금은 삼산 저수지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항포지는

삼산도 서쪽 끝에 있는 오래된 저수지다. 뒤쪽에 보이는 산은 서검도.

 

 

 

 

'살치'라는 이름의 날씬한 물고기를 한 마리 잡았다.

그리고는 오후 내내 저수지는 말이 없었다.

하늘이 물속에 잠기더니 잠자리가 물속에서 날아다닌다.

 

 

 

 

찌는 안테나다.

삐리리 물고기가 밥 먹겠다고 신호를 보내면 사정없이 낚싯줄을 잡아채는 거다.

그러고 보니 차마 못 할 짓을 하고 있다.

 

 

 

쓰잘대 없는 생각을 해서인지 드디어 큼지막한 베스가 한 마리가 올라왔다.

지렁이를 탐하는 녀석의 입은 정말 컸다. 세상에는 입으로 망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물고기, 그리고 사람.

 

 

 

 

살치 한 마리, 베스 한 마리 잡고는 무소식이지만 그래도 좋다.

목청 요란한 까마귀 소리, 열 지어 구보하는 해병대 군가소리, 물고기 노는 소리 등등

붕어 대신 풍경을 낚으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저녁 먹으러 식당으로 향하는데 들어 올 때와 달리 빈 좌대가 하나도 없다.

텐트를 치고 십 여 개 낚싯대를 치고 앉은 프로페셔널 장비들이 무시무시하다. 

우리는 뭘 모르고 찾아 왔지만 이곳에는 원래 전문가들이 많이 온다고 하네 그려.

 

 

 

 

저수지 수면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개구리 소리가 요란한데 물 위에 드러난 야광찌가 반딧불 같다.

서울, 부천에는 비가 쏟아진다는데 여기는 다른 나라다.

 

 

 

 

밤이 깊어지는가 싶더니 둑 너머 해병 초소 불빛이 요란하다.

보나마나 김정일을 감시하는 해병대 탐조등이다.

북조선인민공화국을 앞에 둔 최전방에 앉아 있어 그런지

언젠가 들은 열대어와 뱀장어 이야기가 생각났다.

저들에 대한 끊임없는 긴장 그리고 경계심이 대한민국에게 삶의 활기를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극히 물고기 같은 생각. 아무튼, 저수지는 조용했고 결국 이날 저수지에서는

아무도 4짜리는커녕 붕어 구경도 못하고 밤을 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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