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강추위에 눈보라에 정신이 없는데 아파트 베란다는 딴 세상이다.
여기저기에서 주워다 놓은 작은 화분들이 죽을 놈은 죽고 살 놈만 남아서 지내더니
이젠 제법 온실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금황성'이 조심스레 꽃을 피운다. 다육이 꽃이 대개 그렇듯 볼품은 없지만
잎과 줄기와 꽃 생김새가 모두 한가락 하는 튼튼한 식물이다.
'풍로초'가 겨울 내내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운다.
번식도 잘하고 절대 함부로 아무렇게나 죽지않는다.
베란다에서 키우기에 제일 좋은 야생화다.
더구나 연분홍 갑사저고리 같이 얇고 투명한 꽃잎이 기가막힌데
실핏줄 같은 무늬가 선듯하다
'목서'도 꽃을 피웠다. 꽃은 좁쌀만 한데 향은 천리를 가는 나무다.
이름이 금목서, 은목서, 목서로 나뉘는데 꽃의 색깔 때문이다.
이름값을 하는 훌륭한 나무.
동물과 달리 식물은 나이가 들수록 멋이 산다.
월미인인지 도미인인지 아무튼 미인 이름을 갖고 있는 다육이.
베란다 구석에서 제 홀로 살찌워 자라는 통통한 놈이다.
햇빛과 물이 풍부해 식물이 자라기 좋은 곳.
베란다는 아파트이기에 가능한 훌륭한 온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