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안양천을 따라 올라가 안양 예술 공원까지 다녀왔다.
자전거로 쉬다가다 하니 부천에서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가까운 거리다.
예술 공원에는 정말 이것저것 예술들이 널렸는데
‘이승하’의 ‘숲속의 정령’이라는 도자기 인체조소 작품들을 재밌게 봤다.
이 예술들은 산비탈 돌과 잡목이 뒤섞인 숲에 들어섰는데
다른 예술들과 다르게 쇠 울타리를 둘렀다.
도둑질을 방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예술을 보는 내내 이 반 예술스런 쇠 울타리가 눈에 거슬린다.
생각해 보니 마음 닦기를 소홀이한 내 업보다.
흙으로 도자기 굽기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일 진 데
사람의 형상을 저렇게도 곱게 구어 내다니 작가의 손길이 더없이 따뜻해 보인다.
이곳에 있는 예술들은 대부분 여자다.
더구나 다 벗은 몸으로 숲속에서 저러고들 섰는데
가엾거나 위험스러워 보이지는 않고 그냥 아름답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다 정상적인 여자들이 아니다.
하나같이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다.
예술인거다.
구멍이 숭숭 뚫렸거나 손발이 따로 떨어져 있고
겉은 알 수 없는 글자와 무늬로 도배를 했다.
정녕 정령들이 사는 집인가 싶다.
사실 여기 있는 작품들은 사람 모양의 도자기다. 속이 다 비어 있는 것이다.
이런 작품은 하나를 제작하는 데에만 수개월 걸린다고 하는데
가마에서 굽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완성도가 낮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 작품들은 팔다리를 들어 올리며 난리치는 모습이 없다.
누더기로 텅 빈 속을 가린 어머니와 그 속에서 나온 자식.
'피에타'.
그리고 황토를 빚어 만들어낸 아담과 이브의 후손.
친근한 우리의 누이 짧은 다리.
위엔 키를 아랜 고추를 달아 주고 싶은 한국판 오줌싸개.
그리고 숲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은 멘붕.
작업 중 몸은 그런 데로 형태를 잡았는데
머리에서 갈등이 왔음에 틀림없다.
머리하나 몸통하나 고추하나로도 인체는 늘 예술품.
나무나 바위와 함께 늘어선 많은 예술들.
그 질감과 색깔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숲과 이질감이 없다.
속을 비운 도자기 사람들과 반짝이는 요정들과 가을이 함께 어우러진 곳.
좀 지나면 새집 역할도 겸할 것 같은 볼수록 편안한 예술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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