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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

쿠바, 아바나, ‘포격식’

by 조인스 자전거 2012. 11. 29.

비 내리는 아바나 ‘엘 모로 요새’.

매일 밤 아홉시에 열린다는 ‘포격식’을 보러 비를 맞으며 어두운 성곽 길을 따라 요새로 올라갔다.

 

 

 

‘아바나 포격식’은 해적이 날뛰던 식민지 시절

아바나 시를 지키는 성문지기들에게 문 닫으라고 알리던 신호였다.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야밤의 퍼포먼스로 이름을 날린다.

 

 

 

아홉시가 가까워지자 성벽 위 대포 주변으로 구경꾼들이 몰려들고

스페인 복장을 한 병사들이 광대 몸짓으로 왔다 갔다 하더니

시커먼 커다란 대포에 두 명이 들러붙어 화약을 장전한다.

‘이얏, 퍽’, 이얏, 퍽'.

 

 

 

드디어 대포 심지에 불을 붙이는데 흔들리는 불빛은 어둡고 밤은 깜깜하고

비는 내리고 바람은 거세니 어린 병사들은 맘먹은 대로 되지 않는 모양새다.

 

 

 

한참을 버벅거리더니 마침내 한 병사가 외친다.

"이제 밤이 왔다. 모두 침묵하라", ‘두두두’ 작은북이 울리자

‘콩’

 

 

 

딱, 딱총 소리 같은 ‘딱’ 소리가 어둠 속에 잠겼다.

‘아’ 하는 탄식이 들리고 잠시 침묵이 흐르자 비 맞은 관중은 우르르 발길을 돌렸다.

살다 살다 별 희한한 구경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