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관광 첫날. 16세기 서구인들이 찾던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를 향해 떠났다.
차가 북쪽을 향해 언덕을 오르자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보고타’는 안데스 산맥의 고원 분지(고도 2,600m)에 있다.
한때 ‘엘도라도’라 불렸던 황금연못 'Laguna Guatavita(라구나 구아따비따)'은
‘보고타’에서 산을 하나 넘어 북동쪽으로 두어 시간 거리에 있다.
여행 중 두어 시간 버스로 달리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더구나 이렇게 차창으로 보이는 현지인들의 일상은 한편의 다큐다.
이분들은 보아하니 일하러 나갈 차림새다.
버스는 구불구불 산자락을 따라가다 호수를 지나더니 드디어 산을 오른다.
파란하늘 아래 집짓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혹시나 마주 오는 차가 있을까 걱정되는 좁은 지리산 산골길을 넘으니
산 높고 외진 곳에 어디 이런 곳이 있나 싶은 멀쩡한 유적지 입구가 나타났다.
‘라구나 구아따비따’ 유적지에서 우리 일행을 비롯한 현지 관광객들을 더해 한 무리를 이루어
두 시간에 걸친 트래킹을 시작했다.
알맞은 기온에 야트막한 오솔길을 따라 걷는 길은 숲길 보다는
사방이 트인 길이 많아 상쾌하기 그지없다.
출발지에서 한 시간쯤 산을 타고 오르자
이름 모르는 아열대 고산 식물이 군락을 이룬 산꼭대기에 그림 같은 호수가 나타났다.
렌즈처럼 동그란 호수였다.
물은 맑지 않았으나 어쩌면 저리도 동그란지 여기가
일명 황금 호수 'Laguna Guatavita(라구나 구아따비따)'이다.
호수 반대편 풍경. '엘도라도'는 우리가 알고 있는 ‘황금의 땅’이란 뜻과는 다르게
스페인 사람들이 만들어낸 ‘황금 칠을 한 사람’이란 스페인어란다
이곳은 그 ‘엘도라도’가 호수에서 하늘에 예식을 치르던 곳이었단다.
사실 ‘엘도라도’는 정복자들이 만든 미끼였단다.
16세기 스페인은 식민지를 얻기 위해 가상의 도시 ‘엘도라도’를 만들어 냈고
라틴 아메리카는 황금에 눈먼 자들에 의해 손쉽게 정복당한 것이다.
트래킹은 호수를 둘러싸고 이어진다. 엘도라도 자체는 허무한 이야기이지만
지금도 호수 속에는 예식을 올리던 당시 집어넣은 많은 황금이 있을 거라고 추측한다.
길은 한쪽은 호수 반대쪽은 사방이 내려다보이는 목초지가 이어진다.
한때 탐욕과 살육이 뒤섞여 광풍이 몰아치던 오솔길을 울긋불긋 한 무리 관광객은 지나간다.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지금도 인간이 벌인 탐욕의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앞쪽 산허리가 나간 곳이 한때 이곳에 들이닥친 스페인 사람들이
호수의 물을 뺀다고 산허리를 부러뜨린 곳이란다.
그때도 그랬겠지만 지금도 사람들은 이 호수를 ‘성스러운 호수’라고 부르는데
여기 원주민 공동체는 정기적으로 이 호수의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산을 내려오는 길목에 원주민 목장이 있다.
호수를 찾은 관광객을 상대로 버터 바른 숫불 옥수수구이를 원 달러에 판다.
옥수수 빛깔이 딱 황금색인데 그 색깔 때문인지 죄다 하나씩 입에 물고 자리를 떴다.
‘번쩍 번쩍’
맛있게 생긴 콜롬비아 육우가 떠나는 우리를 옆 눈으로 꼬아보며 혀를 찬다.
‘쯧쯧, 너흰 언제적 황금을 아직도 찾아 다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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