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타 황금박물관’. 이름과 달리 수수하기 이를 데 없는 박물관으로
1968년 개관한 국가 건축 상까지 받은 모던스타일의 건물.
그러나 박물관에 들어서자 그 엄청난 황금전시물에 기절 할 뻔 했다.
삼만 점이 넘는다는 이곳 전시물이 물론 모두 황금은 아니다.
외양간 여물통 같은 목재 관도 있고
흙을 빚어 만든 부장품인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포스트모더니즘을 능가하는 실험적인 조소작품도 있었으나
어마어마한 황금 덩어리가 여기저기서 번쩍거리는데
구경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스스로 초라해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엘도라도'는 사실이었다.
황금 박물관의 랜드마크 ‘무이스카(Muisca) 뗏목’.
뗏목을 타고 신에게 보물을 바치기 위해 호수로 나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금 공예품.
1969년 보고타 인근지역에서 농부가 발견했단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애써 발견한 금속으로 무기를 만들지 않았다.
그들이 금속으로 처음 만든 것은 신과 만날 때 사용하는 악기나 장신구나 상징물이었다.
남미 원주민들의 금장식 문화는 콜롬비아 인디오 부족이 사용한 금 장신구가 최고란다.
이 지역의 금 장신구는 기원전 1000년경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죽은 자의 얼굴을 가리는데 사용된 '금가면'.
이곳 원주민 신화에 의하면 만물의 창조자는 태양의 신이었다.
그리고 금은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은 유일한 금속이었으며
족장들은 태양의 힘을 나타내기 위해 금을 착용했다.
제사장들의 코걸이용 장식 종.
장신구들을 흔들 때 나는 소리는 신과 나누는 대화였다.
그들은 미친 듯 몸을 흔들고 고개를 움직여 소리를 냈다.
금으로 만든 코카 잎을 담은 그릇과 금 막대.
제사장은 코카 잎을 입 깊숙이 집어넣어 스스로를 마취시켰다.
콜롬비아는 험한 산세로 인해 10여 개의 부족이 각기 다른 문화를 일구며 살았다.
별 교류 없이 살던 이들이 가진 공통점이라면 모두 금을 숭배하고
금을 다루는 기법이 뛰어났다는 점이다.
날개달린 물고기 장신구.
황금의 가치를 넘어선 신비한 아름다움이 하늘을 난다.
그리고 손톱만한 크기의 미소 짓는 다양한 얼굴들.
천여 년의 시공간을 넘어선 얼굴과 금세공기술이다.
그동안 나름대로 꽤 많은 박물관을 구경했지 않나 하는 자부심이
콜롬비아의 황금 박물관에서 꼬리를 내렸다.
이처럼 화려한 박물관은 처음 봤다.
'엘도라도'가 여기다.
'남아메리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콜롬비아, 보고타 ‘보테르 미술관’ (0) | 2012.12.14 |
---|---|
콜롬비아, ‘후안 발데스’ 커피 (0) | 2012.12.13 |
콜롬비아, 보고타 ‘몬세라테 언덕’ (0) | 2012.12.10 |
콜롬비아, 보고타 소금성당 (0) | 2012.12.08 |
콜롬비아, 보고타 '황금호수' (0) | 2012.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