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늦게 도착한 브라질 리오 공항은 비가 오고 있었다.
비행기 창으로 호기심 가득 둘러보는 공항 주변 풍경이 뜻밖이다.
명색이 나라의 관문인데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온통 달동네다.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 국제공항’을 나섰다.
입국장도 여느 다른 곳과 달리 삭막하기 이를 데 없다. 아니 첫 인상 때문인지 그렇게 보인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창가에 비친 '리우데자네이루'의 저녁.
어둑어둑한 도로 주변 공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어디 난민촌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공항도로는 빈민촌이라 불리는 ‘파벨라’ 지역을 따라 달린다.
남미국가들의 사회적 양극화는 원래 지독한데 ‘리우’의 상황은 더 유별나단다.
아예 이곳은 ‘앙그라’라는 부촌과 ‘파벨라’라는 빈민촌의 고유 명사까지 있단다.
‘파벨라’의 상하수도는 물론 전기와 세금까지 무법천지에서 해결하고 있다는데
'리오'에는 현재 이런 ‘파벨라’가 자그마치 천여 개나 된단다.
‘브릭스’의 리더이자 자원부국 브라질은 우리가 생각하는 활기찬 그런 모습이 아닌거다.
그런데 문제는 이 ‘파벨라’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데 있단다.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지인 '리우'는 최근 대대적인 빈민촌 정화 활동에 나섰다.
2011년 초 군과 경찰을 투입하여 빈민가의 오염원인 마약 마피아와 전면전을 치루고
적극적인 빈민촌 개선 정책을 시작했단다.
그 한 예로 리오의 최대 빈민가인 '알레몽' 지역에 설치한 케이블카를 든다.
정부의 정책이나 치안이 먹히지 않는 미로 같은 빈민촌 지붕 위에 케이블카를 놓아
슬럼가의 막힌 숨통을 트이게 한 것이다.
인구 7만의 16개 빈민촌 상공을 지나는 지금 설치된 케이블카는
빈민촌 입구에서 꼭대기까지 가는데 1시간 걸리던 시간을 20분으로 단축했단다.
창가로 지나는 ‘파벨라’지역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깨끗하고 잘생긴 멀쩡한 버스가 우리 옆을 바짝 스쳐 앞서 나간다.
사람이든 도시든 겉만 보고는 그 속을 알 길이 없는 것이다.
빈민촌을 벗어나면서 나타나는 부두 모습도 비슷한 풍경을 보여준다.
낡고 쓸쓸하다.
멀리 보이는 산 능선 빽빽하게 들어선 판잣집 지붕 위로 케이블카 선로가 보인다.
세계 3대 미항 ‘리우’ 구경을 빈민가에서 시작하다니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브라질’의 첫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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