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신시가지 중심부 ‘레꼴레따’.
18세기 초 수도원 채소밭이던 이곳은 이 나라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사회 유명 인사들이 묻힌 공동묘지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명한 관광명소다.
‘레꼴레따 공동묘지’ 중앙광장. 노인들이 몇몇이 앉아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곳 묘 터 값이 수억 원 나간다지만 들어와 쉬는 것은 무료다.
관을 운반하는 수레. 언제 사용했는지 먼지가 자욱하다.
묘 터가 꽉 차서 누가 나가야 다음 차례가 들어온다는데
나가겠다는 사람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란다.
공원묘지 중앙부에 서서 입구 쪽을 바라본 풍경.
묘지는 골목이 가로세로로 얽히고설켰는데 측백나무가 가로수다.
희끄무레한 기둥이나 시커먼 이파리가 그 자체로 묘비같이 생긴 나무다.
사방을 둘러보니 공동묘지가 틀림없는데 뭔가 조각공원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공포영화 세트장 같기도 한 묘한 느낌이 든다.
지붕도 있고 대문도 있고 창까지 있는데 이것이 다 묘지라니 그것 참 기괴스럽다.
누구의 묘 앞인지 길고양이 한 마리가 우두커니 앉았다.
그 풍경이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데 이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휑한 골목길에 낙엽이 뒹구는 풍경도 있고
스포츠머리로 단장한 도장나무가 단정한 풍경도 있고
측백나무 울창한 가로수 길도 있다. 그
러고 보니 묘지에는 뭘 갖다 놔도 잘 어울린다.
죽은 자들이 누워있는 곳이라 다 용서가 되는 거다.
그리고 보면 죽음은 모두를 평등하게 만든다.
비까번쩍한 대리석 겉모습들이야 모두 산 사람들의 허세다.
돈을 처발라 으리으리하게 만든 이곳에도 돌보지 않는 묘지들이 많다.
낡은 것은 두 번째고 깨지고 부서지고 잡초까지 무성하다.
다들 한세상 떠들썩거리며 살았던 사람들이라는데
죽어 버리니 어쩔 수 없는 거다.
파란 하늘아래 선 천 조각 걸린 돌 십자가.
그 희한한 주검은 또 어떤 사연인지.
지나다 보니 천사가 두 손을 벌리고 맞아주는 무덤도 있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싫다고 해야 할지 괴로운데
파란 하늘 속 천사는 여전히 아름답다.
여기 있는 사 천 여기의 무덤들은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단다.
어쩌면 그렇게 다른지 평수는 그렇다 치고 높이나 모양이 정말 다양하다.
죽은 자들이 사는 거리 땅에 바짝 붙어 하늘을 봤다.
삶과 죽음은 과연 하늘과 땅일까.
좁은 묘지 골목 한쪽 켠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성녀 ‘에비타’의 가족묘지.
시골 지주의 사생아로 태어나 퍼스트레이디가 되었던 ‘에비타’는
1952년에 죽은 뒤 잠시 세상을 떠돌다 지금 이곳에 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덤은 단연 이곳인데
묘에는 연중 꽃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산 사람들을 위한 공동묘지 ‘레골레타’. 그
야말로 몬도가네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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