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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메리카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쇼’

by 조인스 자전거 2013. 3. 11.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첫날 밤 구경은 탱고 쇼다.

길쭉한 관람석을 갖춘 식당 겸 소극장인 ‘라 벤타나’

기본으로 나온 맥주들을 처분하느라 비몽사몽으로 졸면서 봤다.

 

 

 

탱고를 연주하는 표준 오케스트라 ‘오르케스타 티피카’.

통상 바이올린· 반도네온· 피아노· 베이스의 4종류로 이루어진다.

무대는 물론이고 위에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검정색으로 도배를 했는데

쇼라고 하기에는 너무 점잖다.

 

 

 

헐렁한 신사복 바지에 마피아 모자를 쓴 남정네와 잘록한 허리와 볼록한 가슴

그리고 뾰족한 구두를 신은 아낙들이 벌이는 한판 춤.

 

 

 

착착 감기는 선율에 따라 슬쩍 살짝 들었다 놨다 돌다 거꾸러지는 탱고는

춤이라고 하기에는 언제나 너무도 선정적이다.

 

 

 

잘 생긴 중년의 사내가 보드라운 처자의 등짝을 맨손으로 척 감고

거기다가 얼굴을 바짝 맞대고 저리 비비고 돌아대니 아무래도 저 둘이는

무슨 사달이 나고야 말겠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춤이다.

 

 

 

탱고의 어원인 라틴어 '탕게레'(Tangere)는 '만지다' '가까이 서다'라는 뜻이란다.

쉽게 말하면 껴안고 비비는 춤이다.

 

 

 

탱고는 4분의 2박자나 4분의 4박자의 음악에 맞춰 남성이 이끄는 스텝을

여자가 쫓아가면서 간혹 돌고나 뒤집어지는 춤으로

19세기 후반 여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그러니까 탱고의 시작은 이 먼 지구의 남쪽 구석까지 밀려 내려온 이민자들이

외로움을 달래려고 한 잔 걸치고 서로 부둥켜안다가 만들어 졌다.

 

 

 

이웃나라 브라질의 ‘삼바’, 아르헨티나의 ‘탱고’ 둘 다 막장 인생들이 만들어낸

극히 인간적인 춤사위다.

 

 

 

탱고 쇼는 ‘오르케스타 티피카’의 연주로 시작해

탱고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온갖 동작을 다 보여주고 드디어 막을 내렸다.

 

 

 

마지막 순서는 작은 주름상자에 수십 개의 버튼이 달린 '반도네온(bandoneon)' 연주.

탱고의 리드미컬한 스침과 반전을 잘 이끌어 준 일등공신으로

춤도 춤이지만 이 악기의 연주도 볼만하다.

 

 

 

본토의 탱고는 역시 뭔가 묵직한 것이 남미 이민사를 통째로 보는 느낌이다.

늙수그레한 춤꾼들로부터 시커먼 악단과 점잖은 관람객이 보여준

슬픈 아메리카의 한이 스탭마다 맺힌 춤. 탱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