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첫인상은 수평선이 보이는 강이었다.
‘라플라타 강’ 하구는 세계에서 가장 넓다고 하는데 ‘이과수 강’과 ‘파라나’강의 종착지이기도 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보라색 꽃이 피는 가로수 '하카란다(Jacaranda)'.
비둘기 한 쌍이 꽃그늘 아래 앉았다.
식사 후 오후 시내관광에 나섰다.
가이드에게 들은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어원이 재밌다.
이 지역에 상륙한 선원들이 처음 내뱉은 말이 그대로 도시의 이름이 되었는데
'야, 참 공기 좋다' 즉 스페인어 '부에노스아이레스'였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이곳의 중앙로 '7월9일' 대로를 향해 달린다.
땅이 넓은 나라라 그래서인지 건물도 그렇고 길가에 세운 조형물도 덩치들이 큼지막하다.
도로변 잘 닦인 자전거 길로 자전거가 하나 지난다.
도시에서 늘 부러운 풍경이다.
그러나 이런 젊은이 모습은 도시의 어두운 면이 되겠다.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세계 10대 부국이던 나라로
당시 영국을 곧 추월한다고 하다 그만 3세계권으로 추락한 국가다.
경제가 많이 후퇴했다고는 하지만 도시가 주는 첫인상은 유럽의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레꼴레타 공원’ 입구.
도로가 넓다더니 육교도 거의 고가도로 수준이다.
거리는 어느 것 하나 부족해보이지 않는 풍경이나
아르헨티나는 좋은 환경과 많은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치가들의 무능과 부패로 어려움을 겪는 상징적인 나라다.
버스가 세계에서 폭이 제일 넓다는 ‘5월 9일 대로’에 접어들었다.
오른쪽 사회복지부 청사 건물에 '에비타'의 초상이 걸렸는데
'에바 페론'의 사망 60주기를 맞이해 설치한 벽화란다.
대로 중앙 분리대 화단가의 뜨거운 열정.
20세기 후반 세계가 눈부신 성장을 하던 시절 혼자 제자리걸음한 국가.
대국 아르헨티나는 아직도 옛날 호시절 ‘에비타’의 시대를 잊지 못하고 산단다.
그래서 그런지 잠시 머물며 목격한 시가지의 모습은 마냥 활기차기만하다.
특히 다른 남미 국가들과 다르게 흑인들을 보기 어려운데
아침에 흑인을 보면 재수가 좋다는 말이 있을 정도란다.
물론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답지만은 않다.
대로 중앙분리대 그늘에 자리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그늘.
세계에서 도로 폭이 제일 넓어 유명하다는 ‘7월 9일 대로'.
1816년 7월 9일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해 만든 도로.
차선이 무려 20개라고 하는데 폭이 140m 란다.
너무 넓어 신호등이 가운데 하나 더 있다.
도로를 가로질러 가는 사람들의 행렬. 젊은이들만 우르르 지나는 풍경을 보자니 그게 부럽다.
내가 늙어서일까 아니면 우리나라가 늙어설까
‘부에노스아이레스’ 마요 광장(5월광장)주변을 거닐었다.
이곳은 일 년 열두 달 농성자로 줄을 선다고 해서 이름이 났다는데
지금은 포클랜드 참전용사들이 무슨 연유에서인지 많은 플랜카드를 걸어놓고 서성인다.
‘5월 광장’에서 남쪽으로 보이는 '오벨리스크'.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기념으로 만들어 세웠단다.
독립은커녕 아르헨티나의 뿌리 깊은 유럽동경의 상징 같다.
5월 광장 북쪽의 분홍색 '대통령궁(Casa Rosada)'.
대통령 궁이 분홍색이 된 사연에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때는 19세기 중반, 이곳 정치사에서 지독히도 앙숙이었던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상징 색깔,
빨강과 하양을 더해 대통령궁을 칠함으로써 두 정당의 화합을 기대했다는 거라나 뭐라나.
'마요 광장'을 막 벗어나는데 ‘하카란다’ 꽃 사이로 웬 할머니께서 윙크를 날리신다.
죽죽 빵빵한 처자들만 하는 줄 알았던 거리 광고를 할머니께서 하다니
갑자기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이 멋지게 보인다.
르네상스양식의 건물이 즐비한 도로를 따라 저녁햇살이 길게 눕는다.
어디선가 귀에 익은 팝송이 들려온다. ‘Dont cry for me argentina The truth is I never left you ~ ’.
요즘 ‘아르헨티나’사람들은 이 노래를 들으면 펄쩍 뛴다고 한다. 혹자들은 말한다.
아르헨티나는 ’에비타‘를 잊어야만 앞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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