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에서 내다 본 ‘안데르마트 마을’ 전경. 한눈에 쏙 들어오는 작은 동네다.
빙하특급(Glacier Express)은 체르마트(Zermatt)에서 생모리츠(St.Moritz)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를 말하는데 말만 특급이지 무궁화열차보다도 느린 알프스 산악열차다.
열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자 시키지도 않은 점심이 나온다.
기차 값에 포함된 것이겠지만 돈 낸 생각이 안 드니 공짜로 먹는 기분이다.
빙하특급열차의 자랑거리 파노라마 카(Panorama Car)는 지붕까지 유리로 만들어
승객들은 거의 실외 모드다.
이제 막 창밖으로 멋진 풍경이 쉼 없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밥 먹으랴 경치 구경하랴 잠시 동안 정신이 없다.
이 심심산골 알프스 산속에 골프장도 다 있다.
스위스 사람들이 돈만 밝히는 줄 알았더니만 놀 줄도 안다.
빙하특급 구간에서 고도가 가장 낮은 곳(600m)에 있는 ‘쿠어 역(Chur)’.
이곳에서 선로를 바꾸기 위해 잠시 쉬었다.
빙하특급은 전 구간이 300km로 약 7시간 30분이나 걸린다는데 사실은 더 되는 것 같다.
우리는 가운데 역인 ‘안데르마트(Andermatt)’에서 탔는데 종점까지 4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차창으로 보이는 멋진 경치에 환호성을 올렸지만
한 시간 여 지나자 여기저기 슬슬 조는 분위기다.
좋은 것도 계속되면 물리는 것이 세상 이치다.
그나마 카메라가 있어 심심함이 덜하다.
차창 밖은 눈 덮인 봉우리와 골프장 같은 풀밭만 있는 게 아니다.
이처럼 급류가 흐르는 으스스한 계곡도 보여주고
이렇게 정다운 빨래도 보여준다. ‘라인계곡’ 역 구내에서 본 풍경인데 홀아비 열차원의 빨래인지
숙소 앞에 자랑스럽게 내건 것을 민망함을 무릅쓰고 찍었더니 다시 보니 정답다.
자그마치 2만 년 전 형성됐다는 스위스의 그랜드 캐년 ‘라인 협곡 (Rhine Gorge)’.
높이는 그리 요란하지 않지만 꽤 멋진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빙하특급에서 본 유일한 古城.
그리고 제일 흔한 풍경.
이런 경치는 얼마나 많이 만나는지 셀 수도 없다.
그러다 만난 빙하특급의 하이라이트 ‘란트바써 고가교’(Landwasser viaduct).
'란트바써((Landwasser)강' 위에 놓인 석조 철교다.
1902년 만들었다는데 필리수르(Filisur) 근교에 있는 65m 높이의 다리다.
기차가 신나게 터널을 향해 들어가는데 그새 친해진 차장이 헐레벌떡 뛰어와 밖을 보란다.
빠져 나와 다시 바라본 반대편 일제히 쏠리는 시선만큼이나 늘씬한 기다란 몸뚱이.
다리도 허리도 그것참 시원하게 뻗었다.
고가 철교 아랫마을 풍경도 다리에 못지않다.
그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
아무튼 이쪽 풍경은 다 절경이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끝나자 또다시 열차는 침묵이 흐르고
비슷한 풍경들이 쉼 없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얼마나 많은 마을을 지났는지 드디어 지루함이 몰려온다.
안내 카탈로그를 보니 빙하특급은 총 구간 내에서 7개의 골짜기와 291개의 다리,
그리고 91개나 되는 터널을 지난다고 한다.
이런 다리쯤은 이제 무심히 지나는 풍경이 됐을 즈음.
평지에 푸른 강물이 흐르는데 드디어 제법 큰 마을이 보이고
빙하특급은 드디어 우리를 ‘생모리츠(St.Moritz)’ 역에 내려놓았다.
생 모리츠는 왕년에 동계 올림픽을 두 번이나 치른 곳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매우 작은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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