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날씨 좋은 일요일 오후. 부천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개잔치가 열렸다.
‘잔치’말 앞에다 ‘개’ 자를 붙이니 좀 거시기 하지만
어느 잔칫날보다 구경거리 많고 신이 나는 그런 잔치이다.
개 훈련사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묘기를 개와 같이 선보이는데
한 몸처럼 서로 들고 뛰는 개와 사람이 참으로 신이 났다.
묘기가 끝나고 훈련사가 훈련 팁을 하나 알려주는데
별다른 것은 없고 그저 개와 같이 뛰고 놀면 다 할 수 있게 된단다.
그래서 원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직접 해 보라는 기회를 주는데
과연 구경꾼이 원반을 집어 던져도 훈련받은 개들은 비슷한 묘기를 펼친다.
우리 뿌꾸는 묘기 부리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저 따뜻한 가을햇살 아래서 잔디 밟으며 걷는 것이 좋다.
제 종족이 많아 그런지 표정도 전에 없이 밝다.
그래서 개 어울림 한마당 포스터 아래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는데
보라는 앞은 안 보고 개 그림에 정신 팔린 뿌꾸.
도대체 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개 같은 사람들과 사람 같은 개들이 잘 어울린 ‘부천 반려동물 어울림 한마당’
이제 3회째를 맞이한다는데 해가 바뀔수록 그 규모가 점점 커진다.
어쨌거나 사람들 사는 형편이 나아져 그렇다고 해야겠지만
개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 뒷모습을 보자면
언제나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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