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어도 나방들의 세상은 여전하다.
봄여름에 없던 나방들이 하나 둘 보이더니 그 숫자가 자꾸 늘어난다.
'갈고리재주나방' 같은데 전에 보던 갈고리나방과 생김새가 많이 다르다.
한참 뒤에 인터넷을 뒤지다가 우연히 제 이름을 찾았다.
'앞노랑겨울가지나방'
'상수리잎말이나방'
'큰겨울물결자나방'
방금 고치에서 나왔는지 색깔도 무늬도 쌩쌩하다.
'참빗살나무'
삼 년 동안 지켜보는 나무인데 해가 거듭될수록 어떻게 점점 작아지는 듯.
올핸 열매도 얼마 안 열리고 가지가 오히려 더 가늘어진 것 같다.
풀때기들이 말라 붙고 나뭇잎이 자꾸 떨어지고 나니
숲속 여기저기 숨어있던 나무들의 열매가 드디어 정체를 드러낸다.
'청미래덩굴' 열매
색깔이 다른 '청미래덩굴' 열매 두 알.
모양과 색깔이 그럴듯하나 속이 빈 벌레 먹은 열매다.
속이 비었든 안 비었든 청미래덩굴 열매는 사람이나 짐승들이 먹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 가을 산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장 예쁜 열매가 되겠다.
청미래덩굴 열매를 찍고 돌아서는데 웬 안경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가 나처럼 빨간 열매를 보려고 안경을 벗었다가 그만 잊고 집으로 간 모양이다.
산에서 안경을 벗으면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산에서는 속세의 것들을 자꾸 버리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언젠가 나도 산에서 땀 닦는다고 바위 위에 안경을 벗어 놓고 산을 내려온 기억이 있다.
좀벌 집인데 두 번째 만났다.
주인은 어디있는지 속이 빈 것 처럼 보인다.
요즘 등산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곤충은 단연코 이놈이다.
감국이나 산국에서 꽃가루를 따던 '호리꽃등에'로 요즘은 낙엽 위에서 해바라기만 한다.
계절을 아니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 여유롭기 그지없다.
꽃등에 암수는 커다란 눈을 보고 구별한단다.
붙어 있으면 수컷이고 떨어져 있으면 암컷이니 이놈은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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