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볼을 쳤다.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서로 어디가 아프다는 소리만 한다. 아픈 곳도 정말 가지가지인데
이번에는 한 친구가 개한테 물렸다고 붕대까지 감고 나타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골프가 가을운동이라 부르는 건 뭔가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서다.
움직임이 그렇고 대화도 그렇고 가는 세월 뭐 그런 것들이 여러가지로 골프와 궁합이 맞는다.
오늘은 날씨까지 받쳐주는데 선크림은 뭐 하러 발랐나 싶을 정도로 종일 흐렸다.
심지어는 빗방울이 투덕 투덕 떨어지다 말다 하기도 했다.
우리 집은 물론 친구들 집에서도 삼십여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이곳은 18홀 내내 '계양산'이 보인다.
따지고 보니 저 산 주변을 뱅뱅 돌며 평생을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청라지구 고층 아파트가 보이는 풍경.
나 어릴 적엔 저곳도 이곳도 다 갯벌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볼을 쳤는데 오히려 연습할 때보다 더 잘 맞는 느낌이다.
경기가 거의 끝날 무렵 15번 홀에서 10m터 롱퍼트를 성공시키는 바람에 지금도 기분이 좋다.
운동이 대개 그렇지만 골프는 정말 한 치 앞을 모르겠다.
김프로의 변함없는 드라이버 스윙. 백스윙에서 볼을 전혀 안 보고 내려 치는데 늘 굳샷이다. 처음엔 신기했는데
요즘은 부럽다. 부러운게 있어 골프가 아직 즐겁다.